현대차에 ‘암행어사’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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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몽구(71)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임원급 인사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금품 수수와 허위 보고를 하면 즉각 인사 조치한다는 것. 특히 허위 보고는 다양하게 점검한다.

현대차가 지난달 글로벌전략팀의 기능을 일부 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존의 글로벌전략 1, 2팀 가운데 2팀에 암행 감시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전략2팀은 해외 법인의 판매 및 재고를 수시로 점검한다. 국내는 판매 현황을 본사에서 손바닥 들여다보듯 할 수 있어 이 같은 조직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벌전략팀은 정 회장의 직속인 김용환(53) 기획총괄·홍보·법무 담당 사장이 맡는다. 해외 영업통 출신인 김 사장은 누구보다도 수출 밀어내기와 재고 감추기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조직은 현지법인 모르게 암행어사처럼 출장을 가 6개월 이상된 악성 재고나 밀어내기식으로 신차 판매 대수를 속여 계산하는 것을 파악해 직보한다. 이들은 주로 사진기를 들고 해외 대리점까지 찾아가 주차장 등에 숨겨 놓은 악성 재고를 직접 촬영해 보고한다. 지난달에는 중동과 유럽 일부 대리점의 악성 재고를 파악해 적발하는 등 사내에서는 이미 무서운 조직으로 정평이 나 있다. 6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7일 귀국한 정 회장은 현지에서 이 같은 악성 재고와 관련한 허위 보고를 파악하고 일부 해외 법인장을 즉각 문책하기도 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세계적 금융위기로 영업 환경이 악화돼 허위 보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런 팀을 만들게 됐다” 며 “최근 선적한 수출차와 실제 해외 판매 대수가 차이가 있어 현재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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