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수술 대신 염증·부종부터 다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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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부담이 큰 고령 환자에게 카테터로 환부에 약물을 넣어 치료하는 비수술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염증과 부종이 통증의 원인=디스크(척추추간판 탈출증)가 생기면 모두 요통을 느낄까. 대부분 추간판이 삐져나오면 허리가 아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X선 사진을 찍어보면 정상적인 사람들도 디스크가 있다는 것에 놀란다. 전문의들은 심지어 40대엔 40%, 50대엔 50%에서 디스크를 발견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통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는 디스크는 나와 있지만 주변 조직의 염증과 부종이 없어 신경을 누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염증과 부종을 빨리 가라앉히는 것이 디스크 치료의 첫 번째 관문이다.

척추관 협착증도 마찬가지다. 뼈(골극)가 자라거나 노화된 디스크가 주저앉아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염증과 부종이다. 중증을 제외한 중등도 이하는 수술부터 선택하는데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수술 치료는 자연 치유의 개념=비수술요법은 일반적인 척추수술과는 달리 주사침이나 내시경을 이용한다. 환부를 메스로 제거하기보다 염증을 빨리 없애고, 신경과 유착된 조직을 분리해 통증을 제어한다.

대표적인 시술이 라츠 카테터 혹은 내비 카테터를 이용한 ‘경막외 유착박리술(일명 신경성형술)’이다. 두 시술은 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원리는 같다. 지름 2㎜의 주사침과 길이 40~50㎝의 관(카테터)을 넣어 환부에 접근한 뒤 유착방지제(히알우로니다제=효소의 일종)와 부종을 가라앉히는 고농도 생리식염수를 주입한다.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과 유착을 제거하고, 염증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것이다. 단 내비 카테터는 침의 끝이 손가락처럼 구부릴 수 있어 한 번에 여러 부위를 동시에 치료하는 데 유리하다.

이보다 증상이 심할 때는 ‘경막외 내시경’을 사용한다. 꼬리뼈 쪽으로 직경 3㎜의 작은 관(내시경)을 집어넣어 직접 환부를 보며 치료한다. 밖에서 X선 사진을 보며 주사침을 접근하는 신경성형술과는 달리 내시경으로 통증 유발부위를 관찰하기 때문에 좀 더 증상이 심한 환자에 이용된다는 것.

◆척추수술 후 만성요통에도 활용=비수술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에 의한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나 고혈압·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권장된다. 부분마취를 하고, 시술시간은 20분 정도로 입원이 필요 없다.

특히 척추수술 후 발생하는 만성통증 증후군에도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척추수술 환자 중 10% 내외에서 수술 후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경우 재수술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 이는 수술부위에 생기는 섬유화 현상 때문.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경막에 주변 조직이 들러붙어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치료효과는 고무적이다. 세연통증클리닉이 2006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디스크 및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환자 500명(평균 나이 64세)을 대상으로 척추신경성형술을 시행한 결과, 약 79%(척추관협착증 72%, 디스크 88%)의 환자에서 통증이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술한 250명 대상으로 실시한 경막외내시경 시술에서도 80% 이상에서 통증 개선은 물론 증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모든 요통 환자가 이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리 마비 증상을 보이는 중증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은 수술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표 참조>


이 병원 최봉춘 원장은 “디스크 환자도 처음 통증이 나타나는 급성기 때 치료하면 염증이 빨리 가라앉아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주신분=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찬 교수,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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