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찬종 단상서 舌戰 - 신한국당 전북지역 합동연설회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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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전주에서 열린 신한국당 전북지역 합동연설회는 살벌한 분위기였다.

박찬종 (朴燦鍾) 후보가 주장한 이회창 (李會昌) 후보측의 금품살포설 때문에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후보들도 모두 신경이 곤두선 것같았다.

…朴후보와 李후보는 연설직전 귀빈실에서 마주쳤으나 건성으로 악수만 나눈 뒤 서로 시선을 돌린 채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아 냉랭한 분위기. 김덕룡 (金德龍) 후보는 "왜 이리 기자들이 많이 내려왔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 며 말을 돌렸고, 이한동 (李漢東) 후보는 기자들에게 귀엣말로 "朴후보가 주장한 5천만원설이 맞느냐" 고 묻기도 했다.

이회창후보는 "활동비를 썼느냐" 는 질문에 "없다.

지금 이자리에서 그런 것 물어보지 말라" 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회창후보는 연설에서 朴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李후보는 "지금까지 우리당에 여러가지 잡음과 소리가 났지만 나는 우리당 후보들이 인격이 훌륭한 분들이어서 잘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며 "그러나 이젠 비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고 포문을 열었다.

李후보는 "이, 이회창이가 지역 대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하는데 전혀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돈을 줬다고 주장하니, 이 경선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李후보는 감정이 매우 격앙된듯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이회창이가 돈을 줬다고 한다" 는 말을 반복했다.

朴후보도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는듯 "깨끗한 선거를 해야 천심을 얻어 야당을 꺾을 수 있는데 줄세우기에 혈안이 돼있는 이런 모습이 반성할게 정말 없단 말이냐" 고 받아쳤다.

그는 "자숙하고 자중자애 하자. 하늘이 내려보고 있다" 며 "임시국회까지 열려 고비용 정치구조를 청산하자는 마당에 신한국당 경선이 이런 식이면 어떻게 하느냐" 고 비난했다.

朴후보는 "한보와 현철사건, 대선자금 후유증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말 왜들 그러냐. 나는 조직활동비 한푼도 안쓰고 마지막 순간까지 장렬한 모습으로 선거를 치르는 모습을 국민과 당원에게 보여주겠다" 고 주장. 최병렬 (崔秉烈)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다른건 다 참아왔다.

그러나 돈문제만은 절대 안된다" 며 "돈문제 만큼은 당과 관련된 모든 분들이 명료하게 해달라" 고 촉구. 나머지 후보들은 싸움을 비켜갔다.

대신 이구동성으로 호남의 정서를 고려한듯 지역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이 지역 출신 김덕룡후보는 지역차별 철폐를 강조한 뒤 "나는 끝까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개혁을 이어가겠다" 고 말했고, 이수성 (李壽成) 후보는 "차별철폐법을 만들어 인재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 고 강조.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나는 대통령이 되면 가방을 싸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제회생을 이뤄내겠다" 며 젊은 대통령론을 거듭 주장. 이한동후보는 "전북지역의 소외와 차별을 시정하고 전북을 서해안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겠다" 고 말했다.

…전주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전북지역 대의원들은 이 지역 출신 김덕룡후보뿐만 아니라 7명의 후보 전원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대의원들은 특히 박찬종후보가 "서쪽 출신인 김덕룡후보뿐만 아니라 동쪽 출신인 저도 격려해달라" 고 호소하자 큰 박수를 보냈고 후보들이 지역감정 철폐를 외칠 때마다 열렬히 환호.

<전주=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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