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 창조적 논증력 측정 논술 대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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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논술고사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제시문을 참조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라는 완성형 논제다.

주로 제시문을 주고 '…에 대해 논하라' '…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 등의 형식으로 출제된다.

제시문에 이미 쟁점.주장.근거가 담긴 요약형.논박형 논제와 달리 수험생이 논제에 담긴 쟁점에 걸맞는 주장과 근거를 창조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형식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출제된 형태이고 앞으로도 논술고사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왕자' 중에서 제시문을 주고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물질 추구에서 야기되는 소외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의 의의와 한계를 사회구조적 해결 노력과 대비해 설명하라는 97학년도 서울대 논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논제가 측정하고자 하는 핵심적 부분은 창조적 논증력이다.

흔히 논술에 대해 '답이 없다' 거나 '창조성이 평가의 핵심이다' 라는 말을 오해해 아무런 주장을 해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톡톡 튀는 주장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이다.

이미 논제에는 찬.반 논의등 쟁점을 둘러싼 2~3가지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조건이 들어있기 때문에 '하나' 의 답이 없다는 의미에서 '답이 없다' 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어떠한 주장을 개진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주장이 아니라 그 주장을 정당화하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논증과정이다.

어떤 주장을 채택하는가는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그 주장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논증 능력이다. '창조성' 을 논증의 창조성이 아니라 주장의 창조성으로 오해한 많은 학생들이 가끔 기발한 답안을 쓰기도 한다.

97학년도 서울대 논술고사 답안중에 '명찰을 달고 다니자' '홀딱 벗고 만나자' 등과 같은 기상천외한 답안이 그같은 사례다.

완성형 논제에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쟁점에 적합한 주장을 개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논제형식과 마찬가지로 완성형 논제에서도 가장 먼저 논제의 쟁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어진 쟁점과 상관없는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자신이 외워온 지식을 논제의 요구와 상관없이 무작정 베껴써 논점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논제를 벗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부 (可否) 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울때 적당히 얼버무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가령 '개인의 이해와 사회공동체의 이해가 대립할 때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인가' 라는 논제가 주어졌을때 '개인의 이해와 공동체의 이해를 조화시키도록 노력하자' 라는 식으로 쓰는 것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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