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주택 갈수록 인기 - 분양보다 최고 40% 저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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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직장인 金모 (35) 씨는 지난해 10월 뜻맞는 직장동료 3명과 동호인주택을 지어 살기로 했다.

서울청담동의 1백평짜리 부지가 마음에 들었으나 땅값이 6억원이어서 아무래도 부담이 됐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던중 다세대주택을 전문으로 짓는 업체에 동호인모집을 의뢰했다.

금방 4명을 소개받아 땅을 구입한뒤 바로 전용면적 25평짜리 동호인주택 8가구를 짓기 시작해 지난 3월 입주했다.

건축비는 평당 2백40만원으로 모두 4억8천만원. 땅값을 포함해 10억8천만원이 들었다.

가구당 1억3천5백만원. 같은 크기의 주변 빌라 시세가 1억8천만~1억9천만원선이니 가구당 5천여만원의 이익을 남겼다.

서울마포구 연남동에 은행직원중심으로 11가구의 동호인주택을 지은 孫모 (38) 씨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시공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하에 마련한 골프연습장에서 이웃과 같이 운동도 할수 있어 삶의 질이 종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며 동호인주택 예찬론을 폈다.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잠잠한 가운데 동호인주택 건립붐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심은 물론 한적한 시골쪽에도 이런 동호인 주택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살 수 있고 일반주택을 분양받는 것보다 비용도 싸 재테크 차원에서도 유리한데다 설계도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만 앞선 나머지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은채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도리어 손해볼 수도 있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특징과 장점 = 일반 분앙아파트나 조합주택은 20가구이상이어서 건축허가와는 별도로 사업승인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반면 20가구미만인 동호인주택은 건축허가만 받으면 지을 수 있어 사업추진이 간단하다.

유형도 다양하다.

서로 아는 사람끼리 짓는 말그대로 동호인주택이 있고 전체 가구수중 일부는 동호인이 입주하고 나머지는 일반에 분양하는 복합형도 있다.

특히 동호인주택붐을 타고 최근들어 컨설팅업체등 사업시행자가 무작위로 동호인을 모아 짓는 회원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주택의 최대매력은 기성제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 분양주택의 경우 시공자가 공사비.일반 관리비.분양광고비.세금등 각종 부대비용에다 수익까지 넣어 분양가를 산정하지만 이 주택은 시공비만 들기 때문에 분양주택보다 보통 20~30%, 많게는 40%까지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 아파트는 분양확정후 거의 3년후에나 입주하는 반면 이 주택은 설계만 끝나면 6개월만에 입주할 수 있는 것도 또다른 매력. 건축비는 평당 2백만~5백만원선으로 다양한데 형편에 맞춰 고르면 된다.

동호인주택 전문시공업체들은 분양성을 고려, 호화자재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평당 2백50만원정도면 실용성과 미적 감각을 살린 동호인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유의점 = 부지와 위치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같은 평수라도 위치에 따라 용적률이 들쭉날쭉해 지을수 있는 층과 넓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을 고를 때는 건축관련 법규에 정통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구청등에 건축여부를 확인하는게 좋다.

또 건축법상 문제가 없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당초 원하는 대로 짓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땅을 매입하기 전에 이점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남현동에 지은 A동호인주택은 민원때문에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 95년8월 8명이 모여 8~9층짜리 빌라트를 짓기로 하고 대지 1백60평을 구입한뒤 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인근주민들이 일조권.주위경관문제등을 들고 나와 4층짜리 빌라밖에 짓지 못했다.

사업도 1년정도 지연되면서 금융비용이 늘어 본전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다.

동호인간의 층수배정도 문제. 대부분 윗층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전에 층별로 부담액을 차등화해 층수를 배정하는 게 좋다.

건축마감재 선택때도 일정한 원칙이 필요하다.

취향에 따라 원하는 마감재가 서로 달라 충돌이 잦기 때문에 공동 또는 개별적으로 구입할 마감재를 미리 정해 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호인이 많으면 의견이 분분해 사업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10명내외로 제한하고 동호인중에 일단 리더를 정하고 리더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동호인과 일반 분양자가 모여 사는 복합형은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

이방인이 섞이게 되면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많고 특히 빌라는 대부분 일반분양이 쉽지 않아 미분양으로 개인별 금융비용이 높아질 가능성도 적잖기 때문이다.

또 농지전용이나 산림형질변경을 받아 전원동호인주택단지를 지을 때는 개인별로 전용및 형질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집을 짓는 가구별로 각각 땅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손용태.황성근기자

<사진설명>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집을 지어 사는 동호인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파주의 동호인 전원주택단지와 직장동료끼리 지은 서울 연남동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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