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극제서 판소리.가야금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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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을진 아비뇽에 울려퍼지는 판소리와 가야금 소리가 프랑스 관객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독특한 '기마 (騎馬) 연극' 에 한국의 전통국악을 접목시킨 프랑스 징가로 (스페인어로 '집시' 란 뜻) 극단의 신작인 '에클립스' (日蝕)가 세계 최대의 연극축제인 제51회 아비뇽 연극제에 몰린 관객들을 온통 사로잡고 있다.

아비뇽 근교 샤토블랑에 마련된 가설무대에 꽉 들어찬 관객들은 판소리와 각종 전통악기가 뿜어내는 '한국의 소리' 에 2시간여 동안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다.

지난 11일 첫 공연부터 연일 만석 (滿席) 을 기록하면서 표를 못구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이 공연은 연극제 최대의 화제작이 되고 있다.

극단측은 총 10만명으로 예상되는 연극제 유료관객중 2만명이 이 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연극제의 주요기사로 '에클립스' 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판소리와 시나위.사물놀이등 한국 전통음악과 가야금.피리.해금등 전통악기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판소리를 '목에서 피를 토한 뒤에야 얻게 되는 한맺힌 소리' 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르몽드지는 '한국의 전통음악에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한국의 내적인 힘이 스며 있다' 고 보도했다.

이 공연에는 미국거주 판소리 가수인 정성숙 (미 워싱턴대 종족음악과 교수) 씨를 비롯, 노종락 (대금).한성수 (장구).김인태 (가야금).김선제 (아쟁).이대규 (피리).남기영 (해금) 등 7명의 국악인이 참여하고 있다.

'흑과 백' 을 주제로 한 이 작품에는 모두 12명의 무용수와 26마리의 말이 출연, 인간과 말이 이뤄내는 원시적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징가로 극단 극장장겸 예술감독인 바르타바스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 출연진을 직접 섭외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의 소리에 매료된 그는 한국 전통음악을 선택한데 대해 "이번 작품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이라고 밝히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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