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유도로 북한 도발 차단 - 미국특사 북한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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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샘 넌 전 미국상원군사위원장등의 평양 (平壤)

행은 클린턴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방문단은 형식적으로는 미국대통령의

공식적 특사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미국대통령의 특사라

할 수 있다.

방문실현 과정도 외형적으로는 이들의 방문이 북한의 초청에 의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본래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방문단 파견의 첫째 배경은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을 워싱턴이 불안하게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방문단은 한반도문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군사적 긴장문제와 관련, 북한이 경제난등 내부적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군사행동에서 찾을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경고와 대응각오를 명백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둘째, 워싱턴은 한국정부가 대통령선거등 정치상황때문에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독자적' 대북접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특사외교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지금의 시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은 김일성사망 3주기가 끝난 시기에 김정일중심의 지도부와 대화창구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8일 상원외교위 청문회에서 커트 캠벨 국방부 부차관보가 지적한대로 "그 어느때보다 약화된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는 현시점을 미국의 구상대로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는 적기 (適期) 라고 계산하고 있다.

결국 북한 지도부에게 클린턴의 메시지를 전달하게될 이번 방문단은 곤경에 처한 북한에 '합리적 탈출구' 를 제시하는 의미를 갖는다.

셋째로 그동안 핵문제.식량지원등 미국의 대북관계에서 골칫거리였던 문제들이 점차 해결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양국이 정치.경제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관계개선을 본격 논의하는 시발점이란 의미를 갖는다.

'특사' 파견은 워싱턴에서 지난 수개월간 나돌던 구상이다.

한반도문제를 위한 전담대사를 임명하자는 아이디어도 특사파견과 유사한 필요에서 연초 거론된바 있다.

이보다 앞서 94년 5월말 한반도에 전쟁위험이 고조됐을 당시 미국정부는 상원의 리처드 루거, 샘 넌의원을 특사로 파견하려 했으나 당시는 북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후 6월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자연스럽게 클린턴행정부와 평양측의 대화중재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으나 그의 방북은 클린턴의 요청으로 이루어진게 아니었다는게 이번 방문단과의 차이점이다.

한편 클린턴행정부와의 정치적 관계면에서 로비력이 강한 에이킨 - 검프법률사무소의 변호사 (시니어 파트너) 며 한국정부및 기업의 통상문제 업무를 대행해와 직.간접적으로 서울측과 유관한 김석한씨를 방문단에 포함시킨 것에서도 서울정부를 의식한 면을 읽을 수 있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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