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聖地 예찬.지역화합 역설 - 與 광주 합동연설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0일 광주 시민체육관에서 합동연설회를 가진 신한국당 경선후보들은 저마다 연고나 인연을 강조하며 이곳 정서에 부응하려 애썼다.9일 대구에서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을 찬양한 후보들(金德龍후보 제외)은 이날은 민주화를 특히 강조했다.

광주를'민주화의 성지'라고 치켜세우는데 열을 올리면서 하나같이 지역화합을 역설했다.

이날 연설회장 주변의 혼탁도는 대구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각 후보측에 사람동원.연호(連呼).폭죽 터뜨리기등의 당헌.당규 위반행위를 저지르지 말라는 당선관위의 당부와 여론의 비난 탓인지 동원인파의 소란스런 행태는 확 줄었다.

…첫번째로 등단한 최병렬(崔秉烈)후보는“지난 88년초 민주화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당시까지 '5.18 광주사태'로 불리던 이름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바꾼 사람은 바로 나”라며“여러분의 명예회복에 저도 한몫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는“여러분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그 값어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고 있다”며“서울시장등을 역임한 이 최병렬이 대통령이 되면 그 같은 헌신에 보답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 이수성(李壽成)후보는“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촉발한 5.17때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당시 서울대 학생처장이었던 저는 보안사에 연행돼 6월1일까지 혹독한 문초를 받았다”며“그때 보안사에서 전라도민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면서'내가 살아 있는 한 이 더러운 지역감정 따위와는 결연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개. 대구에서“朴전대통령과 키가 꼭 같다”며 朴전대통령과 자신을 어떻게든 일치시켜 보려고 했던 이인제(李仁濟)후보는“대학생때 박정희 독재와 맞서 싸웠다”고 강조하는등 사뭇 다른 태도를 취했다.그는“광주는 암울했던 군사독재를 마감하고 문민시대를 앞당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 김덕룡후보는“어제 대구에서 모든 후보들이 앞다퉈 박정희 전대통령을 예찬하는 것을 보고 과연 우리가 제대로의 길을 가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면서“그러나 나는 구차하게 박정희 독재까지 찬양하면서 표를 얻지는 않겠다”고 외쳤다.그는“민주화투쟁을 같이 해온 동지들마저 내가 전라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문제라며 제 곁을 떠나갔다”면서“하지만 우리가 먼저 문을 열어 지역주의 굴레를 벗어날 경우 다른 지방의 닫힌 마음도 열릴 것”이라고 역설. 이어 등단한 이회창후보는“박정희 전대통령이 이룩했던 압축.고도성장은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게 정당한 일”이라며 김덕룡후보를 막바로 겨냥.그는“여기에 올 때마다 푸근한 정을 느낀다”면서도“지역감정을 정치의 발판으로 삼는 정략적 정치인에게 나라의 앞날을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 박찬종(朴燦鍾)후보는“80년5월 이후 해마다 빠지지 않고 망월동 묘역을 찾았다”며“호남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그 한을 잘 아는 사람이 최고지도자가 돼야 하는데 나는 김대중(金大中)선생 다음으로 그 한과 응어리를 잘 안다”고 했다.

이한동(李漢東)후보는“지난 17년간 열악한 정치환경속에서도 우리당을 지켜 온 광주.전남지역의 평생동지야말로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이며 진정한 안정희구 세력”이라고 칭송. …연설회전 체육관 귀빈실에서 대기중이던 박찬종후보는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 연설진행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자 갑자기“표는 이미 다 줄 서 있는 것 아니냐.제일 좋은 것은(지구당위원장)2백53명만 모여 투표하는 거다.뭘 하려고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비아냥.다른 후보들의 금품살포 의혹을 제기했던 그는 기자에게“이만섭(李萬燮)대표서리가 나보고'해당(害黨)행위를 했다'고 말했을리 없다”면서“검찰이 수사에 들어가고 수사의지가 확고하면 자료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장담. …이수성후보는 연설회전 기자간담회를 갖고“이한동후보는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으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으며 그와 나는 서로 깊은 인간적 신뢰를 갖고 있다”며 연나흘째 이한동후보를'찬양'.그는“그간 지방을 순회하느라 너무 바빠 강인섭(姜仁燮)청와대정무수석이 경질된 경위를 알지 못했다”며“姜씨의 경질은 내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 광주=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신한국당 광주.전남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10일 광주실내체육관에 모인 대의원들이 지역감정 해소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경선주자들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