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 2배 더 짜릿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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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인근 경북 청도군 삼신리. 지붕에 하얀 천막이 덮인 원형의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에는 빨간색·노란색 의자가 마련됐고, 굴착기가 동원돼 공사가 한창이다. 청도군 산하 공영사업공사 이승철(49) 이사는 “모래가 깔린 경기장(링)이 넓으면 소가 바깥을 빙빙 돌면서 박진감 넘치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어 링 지름을 39m에서 31m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싸움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청도 투우장은 경기장(링)의 지름을 39m에서 31m로 줄이는 공사를 하고 있다. [청도=프리랜서 공정식]


관람석 1만1245석을 갖춘 소싸움 전용경기장(청도투우장)의 모습이다. 이곳에선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청도 소싸움 축제’가 열린다. 지난해까진 하천변에 만든 임시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청도 소싸움 축제에는 해마다 35만~50만 명이 찾는다. 청도 외에 의령·진주 등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소싸움 대회가 벌어진다.

청도군은 소싸움 인기에 착안, 경마·경륜처럼 상설화하기로 했다. 주말마다 청도투우장에서 내기 소싸움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 투우장 내 근린생활시설(매점·식당)이 완공되면 농림수산식품부에 경기 개최 계획에 대한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청도군은 이르면 7월께, 늦어도 연내에서 상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운영을 위탁받은 ㈜한국우사회 기화서 상무는 “한국 전통 문화인 소싸움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소싸움 전용경기장은 세계 최초”라고 소개했다.

◆전국 싸움 소 집합=경기는 체급(갑·을·병)별로 30분 미만으로 진행한다. 30분 이상은 무승부로 처리한다. 싸움 소의 승패에는 평균 11분이 걸린다. 전국의 싸움 소 840여 마리 중 전국 대회 8강에 든 300~350마리를 경기에 동원할 계획이다. 출전 소는 부정을 막기 위해 경기 사흘 전부터 대기실에 가두어 소 주인과 격리한다. 대기실에는 감시용 CCTV(폐쇄회로TV) 8대가 설치됐다.

싸움 소 주인에게는 일정액의 성적·연승 상금과 출전·수당을 지급한다. 싸움 소 5마리를 키우는 배병권(48·청도군 이서면)씨는 “싸움 소는 성적에 따라 수천만~1억여원에 거래되고 연간 1000만원까지 상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마·경륜 방식 도입=소싸움은 주말에 하루 8~12경기씩 진행된다. 내기를 거는 방법은 경마와 거의 같다. 1명이 100원에서 10만원까지 투표권(우권)을 사서 승리 소를 맞히면 환급금(상금)을 타는 방식이다.

1회 경기에서 승리 소나 무승부를 맞히는 ‘단승식’ 등 5종의 방법을 도입한다. 건 돈의 70%는 투표자에게 돌려주며, 30%는 세금·수익금으로 처리된다. 청도군 김상돌(50) 담당은 “상설 소싸움 경기로 재정자립도 17%인 군 세수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황선윤 기자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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