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시가현 비와호 박물관, 오사카 지구관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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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는 시가현과 교토부를 비롯해 지역 주민 1400만 명의 식수원이자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673.9㎢)다.

비와호 한쪽에 위치한 박물관은 일요일을 맞아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붐볐다. ‘호수와 인간’을 주제로 1996년 설립된 박물관에는 연간 48만여 명이 방문한다. 전시실에는 비와호 주변 동식물 화석, 호수를 오염시켰던 쓰레기가 전시돼 있다.

2일 일본 교토의 신재생에너지 교육관인 에코롤로지센터를 찾은 한국 초등학생들이 소형 풍력발전기에 부채질을 하며 풍력발전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과 환경재단이 주관한 제7기 롯데 어린이 환경학교에 참여한 어린이다. [강기헌 기자]


하지만 이곳 박물관의 자랑은 전시물이 아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바로 ‘다리를 놓다’는 뜻의 ‘하시가케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다. 이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96년 지역 주민들 1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5개 팀에서 374명이 활동하고 있다. ‘식물관찰회’ ‘강 탐험대’ ‘전시교류회’ ‘비와호 수질연구회’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관찰회 회원 11명은 지난해 11월 30일 하천에서 낙엽과 꽃눈을 관찰했다. 이번 달에는 식물원에서 관찰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뭘 조사할지, 얼마 동안 할지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 참여자는 연간 3회 이상 박물관 환경 학습에도 참가해야 한다.

박물관의 야히로 가쓰로(45) 박사는 “하시가케 활동자들의 사진·조사 내용 등 연구 결과는 박물관 전시에 반영된다”며 “지역 주민들의 비와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 환경단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조사 비용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기업·지자체에서 도움을 요청한다. 박물관은 2개월에 한 번 발행되는 하시가케 소식지의 발송 비용만을 지원한다.

◆체험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지난달 31일 오후 일본 오사카시 쓰루미구 생생지구관에 관람객들이 붐볐다. 13만㎡(4만 평) 규모의 이곳 지구관에는 오사카시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과 재활용 제품이 전시돼 있다. 연간 28만여 명이 찾고 있다. 지구관에서는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참여해 자연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전시관 외부에는 잡목 숲을 비롯해 논밭과 저수지도 마련돼 있어 농사를 체험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참여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벼농사 강좌다. 봄철 모내기를 시작으로 가을에는 추수한 쌀로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날도 학부모와 유치원생 40여 명이 쿠키를 맛보고 있었다. 쿠키는 쌀가루로 이들이 만든 것이다. 강사는 “빵 대신 밥을 먹으면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쿠키를 먹이던 오오이 미요코(38)는 “몇 달 전 가족들과 함께한 식물 소개 강좌가 마음에 들어 이번에 다시 아이와 함께 쿠키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공업단지가 밀집한 오사카시에 지구관이 문을 연 것은 97년이다. 당시 오사카시는 비를 맞으면 셔츠에 얼룩이 생길 정도로 공기오염이 심각했다.

지구관은 설립 당시부터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가족 단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 환경오염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에는 유채꽃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체험 강좌를 신설했다. 참가자 스무 가족은 지구관 내 밭에 유채를 심고 주말마다 물과 거름을 주고 길렀다. 지난해 4월 수확한 유채꽃 종자로 기름을 짜서 음식을 해먹었다. 남은 종자로는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발전기도 돌렸다.

아사오 기미카주(51) 관장은 “어른들이 환경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은 농사를 체험한다”며 “유채꽃을 재배하면서 시민들은 환경오염과 미래 에너지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의 제7기 롯데 어린이 환경학교에 참여한 국내 어린이 23명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비와호박물관 등 일본의 환경 관련 시설을 둘러봤다. 환경학교 어린이들을 지도한 환경재단 정태영 국장은 “주민들이 직접 비용을 마련해 조사·연구를 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국내에서도 박물관 자원봉사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오사카=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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