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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 앤절리나 졸리 “여보, 당신도 오스카 후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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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릴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고대하는 건 영화팬만이 아니다. 아카데미상의 ‘후광 효과’를 노리며 2, 3월 국내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도 내심 초조하다. 아카데미상 수상이 흥행과 직결된다고 보긴 힘들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췄음’이라는 아카데미상 고유의 명찰이 개봉 전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는 요인인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브래드 피트가 80대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기묘한 남자의 일생을 열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올해는 국내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 중 브래드 피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앤절리나 졸리·케이트 윈즐릿 등 스타의 주연작이 많아 비수기임에도 관객몰이가 기대된다. 오스카 트로피가 어떤 작품을 향해 활짝 웃을지, 그래서 국내 극장가에서 그 특수를 누릴 영화는 무엇일지 미리 들여다봤다.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전초전’ 유효할까=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는 작품상에 대해서 엇갈린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도 골든글로브는 전쟁과 비극적 로맨스를 결합한 ‘어톤먼트’에게 트로피를 안겼지만 아카데미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택했다.

‘벤자민 버튼의…’와 박빙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이는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올해는 골든글로브가 손을 들어준 ‘슬럼독 밀리어네어’(국내 개봉 3월)와, 최다 부문(13개)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2일) 두 강자의 박빙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퀴즈쇼에 출연한 인도 빈민가 출신 소년이 백만장자의 꿈에 도전한다는 드라마틱한 내용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다소 앞서는 인상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지난달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았다. DGA 감독상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예측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을 각색한 ‘벤자민 버튼의…’는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선이 발군인 수작. 무척 긴 상영시간(2시간46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위 ‘감동과 눈물이 엉킨 한 편의 대서사시’를 사랑하는 아카데미의 낙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븐’ ‘파이트 클럽’ ‘에일리언3’등 스타일리시한 전작과 전혀 다른 색깔, 전혀 다른 깊이의 연출력을 선보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변신이 가점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란절리나’부부 동반수상할까=세기의 커플로 불리는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 부부가 나란히 주연상 후보에 올라 ‘부부 동반수상’ 여부도 화제다. 피트는 ‘벤자민 버튼의…’에서 80대 노인부터 아기까지 거꾸로 나이를 먹는 기묘한 역할을 맡아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졸리는 지난달 개봉한 ‘체인질링’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경찰로부터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는 기막힌 사연의 어머니를 열연했다. 둘다 대표작이라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대진운이 좋지 않다. 피트는 동성애자 정치인의 실화를 영화화한 ‘밀크’(3월)의 숀 펜과, 마치 배우 자신의 인생역전을 스크린에 옮긴 듯한 퇴물 레슬링선수 이야기인 ‘더 레슬러’(3월)의 미키 루크를 적수로 맞았다. 졸리도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3월 26일)의 케이트 윈즐릿과 ‘다우트’(12일)의 메릴 스트리프가 벌이는 협공에 ‘연기파’라는 명함을 내밀기엔 다소 역부족인 형국이다.

‘다우트’에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듯 싶지 않은 깐깐한 이미지의 교장 수녀로 출연한 스트리프는 지겹도록 따라다니는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명불허전’임을 실감케 한다. 윈즐릿은 이미 골든글로브에서 ‘타이타닉’의 콤비 디캐프리오와 권태기 부부로 재회한 ‘레볼루셔너리 로드’(19일)로 여우주연상을, 나치 복무 전력으로 수형 생활을 하는 비운의 여인을 열연한 ‘더 리더’ 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두 영화를 보고 나면 ‘뚱뚱하다’ ‘나이들어 보인다’는 등의 숱한 비난에 시달렸던 이 영국 여배우가 그간 6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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