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C 간부들이 토로한 자성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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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MBC 선임노조가 그제 공개한 내부 설문조사 결과는 MBC의 불공정 방송 행태가 사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응답자들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더한다.

118명을 대상으로 한 e-메일 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현재의 MBC는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뉴스데스크’의 저조한 시청률과 관련해서는 무려 70%가 ‘신뢰성 상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된 편파성 문제점을 상당수 MBC 직원들도 공감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MBC는 공영방송으로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경영층의 입장도 내부 의견과는 거리가 있음이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신문의 지분참여에는 반대했지만 국민주 방식의 민영방송을 희망(58%)했다.

설문 과정에 회사의 압력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 선임노조가 이에 굴하지 않고 설문 결과를 공개한 것은 회사와 후배들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용기있는 행동이다.

MBC의 경영진과 노조를 비롯한 전체 소속원은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MBC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설문조사 결과에 나와 있다. 뉴스 보도, 프로그램 편성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이 알파요, 오메가다. 지상파 방송의 생명은 공정성이며, 위기 극복의 첫 단추는 신뢰성 회복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성이 높아지면 시청률은 당연히 오르고, 광고 수입 증대와 투자 재원 확보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경영은 개선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MBC의 급격한 경영악화가 신뢰성 추락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것은 통계가 보여준다. 새해 첫달 MBC는 뉴스와 프로그램 등 전 분야에서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설문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MBC가 최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신뢰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내부의 자성을 계기로 MBC가 신뢰성과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마련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