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국제입찰 방안 적극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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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기업들의 불참으로 자동 유찰된 한보철강을 국제입찰에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우리 경제의 '애물단지'격인 한보철강을 외국에서 사가면 좋고, 실패한다해도 최소한 국내기업들을 '자극'은 할 수 있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국제입찰방안은 제일은행 다음으로 한보철강에 채권이 많은 산업은행에서 제기되고 있다.산은의 고위관계자는“학계등에서 한보철강 국제입찰 방안을 제시해 현재 실무선에서 검토중”이라면서“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채권은행단 협의에 붙여보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왕윤종(王允鍾)박사는“만약 국제입찰로 한보철강을 외국기업이 인수하는 경우 국내철강업의 독과점구조가 깨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향후 외국에서 실시되는 국제입찰에서 한국기업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있게 되는등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물론'대내용(對內用)'이라는 측면도 있다.한보철강 인수에 미온적인 업계에 자극을 주자는 것이다.한보철강 채권은행단은 8일의 공개입찰이 유찰된 배경에는 유찰이 거듭될 수록 인수가격이나 조건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업들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정권교체기에 무리를 하지 않으려는 기업들의'몸 조심'도 한 몫을 했다는 것.따라서 국제입찰 방안을 제시해 국내기업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국제입찰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강낙원(姜洛遠)이사는“국제입찰이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기간산업을 외국인에게 넘긴 전례가 없고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한국정부는 OECD가입시 공표한 개방약속에 따라 자산가치가 2조원 미만인 국내기업은 외국기업에'우호적'(인수대상기업이 원하는 경우)인 인수를 허용하고 있으며,이를 초과하는 경우는 재경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실사결과 한보철강의 자산가치는 4조9천7백억원으로 나타나,국제입찰제를 도입하려면 재경원장관의 인가가 있어야 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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