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동자의 꿈과 침실' 展 14일까지 샘터화랑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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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보헤미안 화가'.어느 예술가치고 보헤미안적 기질이 없겠는가마는 특히 최동열(46)에게만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을 보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부산에서 태어나 해병대 첩보부대원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청년.뉴욕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다 작품한다고 또 훌쩍 떠나버린 멕시코의 원시 정글. 이 보헤미안이 돌아다본 우리 한국 규방의 모습.그속에 담긴 해학을 엿볼 수 있는 전시'동자의 꿈과 침실'이 14일까지 서울청담동 샘터화랑(02-514-5122)에서 열리고 있다.

저개발에서 초현대 문명으로,다시 원시 움막에서 생활하던 그가 작업의 벽에 가로막혔을 때 뜻밖에 길을 터준 것은 바로 한국의 규방이었다.뉴욕의 인공적인 침실이나 자연 그대로의 멕시코 움막같은 늘상 보아온 그렇고 그런 실내풍경이 아니라 어린 시절 그 은밀하면서도 따스했던 기억의 규방 말이다.창밖으로는 밤하늘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보이고 온기가 후끈 올라오는 온돌방에는 베개 두개와 요동치는 이불이 보인다.

최씨 그림의 특징인 뚜렷한 윤곽선과 선명한 원색으로 인해 다소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을 삼각형의 구도와 이불의 리듬감으로 동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은근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사진설명>

최동열의'침실 S2'.16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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