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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동대문서 18년째 교통정리하는 김운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 이화대학병원앞 동대문교차로.매주 화.수.목요일 오전 7시만 되면 어김없이 모자를 반듯하게 쓰고 초록색 새마을 조끼에 군화를 신은 당당한 모습의 김운학(金雲鶴.61.종로구창신2동.사진)씨를 볼 수 있다.호각을 불며 흰장갑을 낀 손을 휘두르며 1시간~1시간30분동안 교통정리를 하는 金씨의 별명은'인간신호등' 또는'교통계장'.'인간신호등'은 79년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8년째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해온 金씨에게 창신2동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요,'교통계장'은 출근할때마다 그의 교통정리 모습을 목격하는 정흥진(鄭興鎭)종로구청장이 지어준 것. 金씨가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연탄직매상을 하던 당시 여유시간이 많았던데다가 54년 평안북도 영변서 피난온 후부터 줄곧 살아왔던 창신2동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무기.연막소독과 동내 청소도 그때부터 줄곧 金씨의 몫이었다.한때는 수당이나 수고료 한푼 안받는 金씨에게“구에서 돈을 받고 하니 저렇게 열심히 하지”하는 이웃들의 의심의 눈길도 있었다.하지만 75년 창신2동 6통 통장을 맡은 이래 묵묵히 지역봉사를 하다보니 이웃들도 이젠'방역'하면 동사무소나 보건소보다는 金씨를 먼저 찾는다.집근처 동대문맨션 아파트에서 보일러관리를 생업으로 삼는 金씨는“봉사활동 하느라 시간 뺏기는 것을 이해해주는 아파트회장이 고맙다”고 말했다.2년동안 보일러때주는 일을 하던 목욕탕에서는 연막소독봉사가 원인이 돼 '도둑'의 누명까지 쓰고 쫓겨났기 때문이다.

“연막소독을 하려면 경유와 휘발유가 필요한데 구청에서 탄 경유등 쓰다남은 기름을 목욕탕 창고에 저장해 놓은 것이 잘못이었어요.몰래 기름을 빼돌린다는 오해를 받았지요” 金씨의 아버지 김인석(金燐石.85)옹과 부인 이영자(55)씨도 각각'할아버지 교통봉사대'대원과 마을 부녀회장으로 맹활약중인 봉사가족이다.

金씨는“시민들이 86년 아시안게임 무렵보다 갈수록 양보도 없고 신호도 안지키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안타까와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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