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한국 의술 러시아에 알리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가 살고 있는 러시아에 한국의 의료를 홍보하는 곳만 있어도 1년 동안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러시아 환자 니나 트라주크(여·59·사진)가 경희의료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12일. 당시 그녀는 정상적인 배뇨가 어려워 옆구리에는 관이 꽂혀 있었고, 소변을 담는 1000㏄ 짜리 비닐 백도 매달려 있었다.

“대장암으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주변 장기가 심하게 유착됐어요. 결국, 왼쪽 요관이 막혀 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으로 흐르지 못해 신장이 부어올랐죠.” 러시아 의료진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신장에 관을 꼽아 소변을 밖으로 뽑아내는 ‘경피적 신루술’이였다.

의사이면서 보건직 공무원인 그녀는 소변이 옆구리로 새는 불편함을 참기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치료방법을 찾았다.

“정말 우연이었어요. 한국에서 치료받은 지방 의원 한 분이 한국이 가깝고, 치료술도 뛰어나다고 해서 수소문했죠.”

그가 살고 있는 연해주 나홋카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의 중소도시. 이곳에서 모스크바를 가려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비행기로 7시간이 걸리지만 한국은 2시간이면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러시아에서 돈 많은 사람이 많이 가는 싱가포르나 호주보다 치료비가 싼 것도 매력이었다.

급히 여장을 꾸려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달려와 검사를 받았다.

“수술할 수 있다는 확답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트라주크의 눈시울이 갑자기 촉촉해진다. 그는 지난달 12일 수술을 받기 위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수술은 ‘난공사’였다. 대장과 난소·자궁이 엉겨붙어 처음엔 수술할 부위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는 것이 집도의 장성구 교수(비뇨기과)의 설명. 방광의 피부를 오려내 소변이 흐르는 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관이라고 해봐야 볼펜 굵기에다 조직이 썩지 않도록 미세혈관을 살려야 했다.

그녀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본 것은 수술 2주 뒤였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너무 기뻐 병실에서 춤을 췄다는 것이 간호사들은 전언이다.

트라주크는 자신이 사는 나홋카에도 600 병상의 종합병원과 300 병상의 중소병원이 4개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 여건상 고난도 수술은 한계가 있다는 것.

“이렇게 훌륭한 의료시설과 인력이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한국을 찾으면 교통비나 치료비를 아낄 수 있으니 싱가포르를 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요. 러시아에 한국 의료를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센터를 만들면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