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연계상품 열기 가라앉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해 최고 인기 상품이었던 주가연계상품(ELS.ELF)의 시계(視界)가 어두워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채권 금리 하락으로 기대했던 목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투자기법이 사용되면서 수익이 은행 예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심지어는 공모 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상품이 생길 정도로 주가연계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 수익률 격차 너무 벌어져

◆수익률 천차만별=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설정돼 현재까지 만기가 돌아온(목표 수익률 달성 포함) 투신권의 주가연계상품 ELF 238개의 수익률은 최고 47.3%에서 최저 -0.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날 설정됐어도 상품 구조에 따라 수익률은 엇갈렸다. 지난해 9월29일 설정돼 올해 3월28일 고객에게 돈을 돌려준 제일투신의 '제일세이프존주식11'은 20.4%의 수익을 거둔 반면 설정일과 상환일이 같은 다른 투신 상품중엔 수익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또 지난해 3~6월에 설정된 ELF의 경우 85% 이상의 상품이 5~10%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으나, 지난해 하반기에 설정된 상품들은 수익률이 5% 미만인 경우가 61%에 달하는 등 설정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난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 이자(연 3.8%)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30여개에 달했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상품 판매 초기엔 운용사가 보수적으로 ELF를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운용사들이 다양하고 공격적인 투자 기법을 사용하면서 수익률 격차가 벌어졌다"며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를 면밀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증시 약세로 공모도 저조

◆식어가는 인기=LG투자증권은 오는 14일부터 3일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려던 주가연계증권(ELS) 공모를 취소했다. 이유는 채권 금리가 너무 떨어져 수익률 달성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저금리 상황 때문에 ELS 공모 계획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ELS는 당초 500억원 규모로 3개월 만기까지 최소 연 3.7%를 보장하는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었다.

LG투자증권 관계자는 "운용 자산의 99%가량을 국공채에 투자해 거기에서 나오는 이자로 ELS 워런트에 투자해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수준의 금리를 보장할 계획이었지만 상품 설계 당시보다 국공채 금리가 급락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져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판매된 ELS의 경우 편입 채권 등의 수익률이 확정된 만큼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증권사가 새로운 형태의 ELS를 내놓고 있지만 계획했던 규모의 자금을 모으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굿모닝 신한증권은 지난 5월 말 500억원 판매를 목표로 '해피엔드 ELS 원스타'를 공모했으나 겨우 67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대우증권도 5월 하순 일본 닛케이지수에 연동해 최고 연 17.99%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닛케이 넉아웃형 ELS를 내놓았으나 판매 금액은 17억원에 불과했다.

이상렬.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