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우다방'은 약속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장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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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옛 친구들을 만날때는'우다방'을 애용합니다.마땅한 곳이 얼른 생각나지 않을 때 우다방은 아주 편리한 약속장소입니다.시내 한가운데 있으니 가기 쉽고,찾기 쉽고,게다가 공짜잖아요.커피는 없지만.” 5일 오후'우다방'에서 만난 이진철(李鎭鐵.29.회사원.광주시북구유동)씨의 우다방 예찬론이다.우다방에는 커피가 없다.사실 우다방은 다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다방은 충장로의 광주우체국 혹은 광주우체국 정문 앞을 가리키는 말이다.많은 사람들이 다방처럼 약속장소로 이용하면서 언제부턴가 우체국다방,우다방으로 부르게 됐다.

우다방 아니 광주우체국은 분노와 환희속에 빛 고을(光州)의 신산(辛酸)한 현대사를 지켜본 말없는 증인이다.“1897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개국 1백주년입니다.불로동 현 적십자사 자리에 있다가 1907년에 이곳으로 옮겼죠.” 이용주(李鎔柱.59) 광주우체국장은“지금의 지하1층.지상4층 건물은 지난 63년 준공한 것으로 이전에는 단층 콘크리트 건물이었다”고 변천사를 설명했다.이 곳을 찾는 사람은 하루 약 2천명.공과금 납부 마감일인 매달 20,30일에는 최고 4천명으로 늘어난다.

“'우다방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우체국 앞에 잠시 서있다 가는 사람은 그보다 몇배쯤 될 것”이라는게 광주우체국 관리과 김병용(金炳龍.34)씨의 말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아예 우체국 안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이 많아요.우체국 앞에서 기다리다 들어와 더위를 식히고 가는 분들도 많고요.” 우편 업무와 상관없이 드나드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金씨는 정색한다.

“다른 지역 사람이 광주에 올때 꼭 우다방에 한번 가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우다방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 충장로 거리 풍경을 보고,반가운 얼굴을 만나면 나오는 걸쭉한 남도 욕설을 들어보라고 말입니다.” 李진철씨의 색다른 광주 관광법이다.

李씨는“날씨가 좋은 날이면 프로야구단 해태의 비공식 응원단장인'해태 아줌마'가 우다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껌을 파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광주=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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