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학교폭력 - 일본 만화서 본뜬 폭력서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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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중.고교생들이 행동강령과 엄격한 서열까지 갖춘 폭력조직을 구성,학교주변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잔혹한 범죄행위까지 서슴없이 벌이는 학생들.학교폭력의 실태및 원인.대책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달 24일 오후3시쯤 충남부여군규암면 반산저수지. 李모(17)군등 고교생 3명이 같은반 친구인 李모(16).金모(16)군등 2명에게 자신들이 탄 보트를 밀게 하면서 물가에서 50쯤 떨어진 저수지 한가운데로 끌고 갔다.

李군등은“보트에서 손을 놓고 수영하라”고 강요하며 담뱃불로 李군등의 손을 지져 수영할 줄 모르던 李군은 끝내 물에 빠져 숨졌고 金군은 다행히 살아남았다.

서울 노량진경찰서가 지난달 29일 구속한 S공고'일진회'소속 宋모(17)군등은 같은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급우들 앞에서 피해학생의 옷을 벗기고 성적희롱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 폭력서클 일진회 멤버로 활동한 혐의로 4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서울 K중학교 2학년 盧모(14).金모(14)군. 金군이 폭력서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때. 동네 학원에서 싸움잘하는 盧모(14)군을 만나 두둘겨 맞으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끌려다니다 같은 중학교에 진학,자연스럽게 일진회 멤버가 됐다.盧군은 지금 일진회 대장인'짱'. 이들은 자신의 학교'일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근 학교 폭력서클과 세력다툼을 벌이다 결국 경찰신세를 지게 됐다.

우연찮게 빠져든 뒤 사법처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조직.전문가들은 학생들이 폭력조직에 빠져들게 되는 경우를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

우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공부 이외의 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해 폭력조직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K중학교의 盧군이 이같은 경우.盧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등에서 만난 또래들을 폭력으로 굴복시켰고 중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인 서클을 조직,대장노릇을 해왔다.

학교.가정생활에는 별 문제점은 없지만 몸집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선발돼 반강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 A고등학교 1학년 李모(15)군은 지난해 9월 S중학교 시절'힘좋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이학교 폭력서클 선배로부터 가입을 강권당했다.李군은 이 제의를 당연히 거절했고'가입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10여차례 집단폭행을 당했다.李군은 이 과정에서 갈비뼈 4대가 부러지는등 죽음 직전까지 몰린 뒤에야 이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같은 경우 대부분 폭력에 굴복,서클에 가입하게 되고 일단 들어간 뒤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힘없고 약한 학생들이'맞기 싫어'서클에 가입하는 경우가 세번째 경우.서울 N중학교 2학년 鄭모(14)군은 몸이 약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서클에 가입했다. 이재국 기자

<일진회란>

92년부터 중.고교생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만화'캠퍼스 블루스'주인공의 호칭을 본떠 만든 폭력 서클.'캠퍼스 블루스'는 학교별로 가장 싸움 잘하는 학생들을 일컫는'일진'들의 싸움을 주제로 한 본격 폭력만화다.

경찰은 국내 중.고교중 약 10%에 해당하는 4백여 학교에 일진회가 구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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