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오바마, 보호무역 우려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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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오바마(사진右) 미국 대통령

“(보호무역주의를 펼쳤던) 대공황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이명박左 대통령

3일 한·미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보호무역에 대한 경계였다. 세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무역의 빗장을 걸어 잠그려는 각국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앞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한승수 총리와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보호주의는 자멸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만큼 보호주의가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동차·섬유 타격=우선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자동차·섬유 등이다. 특히 ‘빅3’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쏟아붓고 있는 자금은 우리 업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국산 자동차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했던 철강 분야는 현지 생산을 통해 대부분 미국산으로 인정돼 큰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KOTRA 구미팀 오혁종 차장은 “최근 미국이 철강뿐 아니라 공산품에까지 ‘바이 아메리카’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에 타격을 입을 품목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도 보호주의=미국·유럽뿐 아니라 인도·중국·러시아 등 신흥국의 보호주의 압력도 거세다. 2일 무역협회가 내놓은 ‘2008년 대(對)한국 수입규제 현황과 향후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각국으로부터 수입 규제를 받는 한국 수출품 건수는 총 121건이다.

특히 이 중 신흥국에 의한 수입 규제는 94건(77.7%)으로 예년에 비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인도의 경우 자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벼르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등도 섬유·공구류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단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분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보호주의인가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더라도 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려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강대 허윤(경제학) 교수는 “4월에 있을 G20 회의 등을 통해 자유무역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등 보호주의 타파를 위한 공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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