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천식 환자의 새로운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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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변화 때문에 천식 환자가 급증하지만 치료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천식 환자는 2002년 203만 명에서 2007년 239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건강포럼에서 질병관리본부는 "천식 환자 중 정기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사람이 23%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갑자기 천식 발작과 같은 비상 상황이 오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가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한데도 교육받은 적이 있는 환자는 14.5%에 불과했다.

천식을 일으키는 새로운 요인이 지구온난화다. 아주대 알레르기 류머티스 과학교실 박해심 교수는 “기온 상승으로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쑥 ▶돼지풀 ▶환상덩굴 등의 꽃가루가 주범이다. 이런 식물들의 꽃은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사가 심해지고 오존 농도가 심해지는 점도 천식을 유발하고 증세를 악화시킨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집먼지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 점도 천식을 증가시킨다.

천식은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 먼지·매연·스트레스·특정 음식 등 외부 자극을 받으면 기관지가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수축하는 병이다. 기침·쌕쌕(혹은 가랑가랑)거림·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천식은 폐 기능이 나쁠수록 빈발해 어린이와 노인 환자가 많다. 실제 어린이 15% 정도가 천식을 앓다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폐 기능이 성숙해지면 60% 이상 좋아진다. 하지만 노화와 더불어 폐 기능이 떨어지는 30대부터 환자가 다시 증가해 실제 65세 이상 노인 8명 중 한 명, 75세 이상은 6명 중 한 명이 천식을 앓는다. 천식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은 증상이 있을 때만 치료하는 습관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는 “천식 발작이 멈춰도 기관지 염증은 남기 때문에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아야 만성 폐 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팀 김윤아 책임연구원은 “일기예보처럼 기상·대기오염·황사·꽃가루 등 천식 위험수치를 예보해 천식환자의 발작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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