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혁명30주년 빅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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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 열리는 이란 대선이 빅매치 기대감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 30주년인 올해 대선에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출마해 사상 최대의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이란 개혁파를 대표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다시 대선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도 하타미의 최측근을 인용,“하타미 전 대통령이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혔다”고 전했다. LAT는 “하타미의 출마로 6월 이란 대선은 역사적인 승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타미의 대선 출마가 확실시됨에 따라 마무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이 예상되던 이란 대선이 안개 속에 빠졌다.

반서방 보수강경 노선을 표방하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고실업ㆍ고물가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장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경제 상황 때문에 인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특히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대 이란 전략을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혁파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점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선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BS방송은 “6월 대선은 이란 유권자들에게 (서방과)대화의 방식을 전환하는 기회를 준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서방과 실용적 대화 노선을 고수했다.

반면 아마디네자드측은 대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재선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 승리의 추는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론과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전략을 풍향계로 삼아 어느 캠프에서 하메네이의 마음을 잡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대세다.

◇모하마드 하타미vs. 마무디 아마디네자드 =하타미는 1997~2005년 이란 대통령을 지냈다.이란 이스파한대에서 서구 철학을 전공했으며 테헤란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땄다.그 뒤 7년간 이슬람 종교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슬람 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이란으로 돌아온 뒤에는 문화부장관,국립도서관장을 지냈다.대통령 재임 중 “권력에 대한 이의제기는 국민의 고유 권리‘라며 법치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는 2003년 봄 테헤란 시장으로 당선된 이래 국내 보수파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왔다. 인기의 비결은 이슬람 원리주의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패스트푸드 식당을 모두 철거했다. 시청 남자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염을 기르게 하고 짧은 소매의 옷을 금지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불우한 환경 속에서 독실한 신앙과 건실한 태도로 자수성가했다. 그 같은 신앙으로 79년 혁명 당시 학생 대표로 참여했다. 80년 이후 이라크와의 전쟁에선 선봉에 서 최정예 혁명수비대 특수부대 사령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테헤란 과학기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성과 현실적 정치감각으로 대서방 관계에서 강경 일변도의 기존 보수파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집권 4년 동안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이스람 원리주의 색채를 더욱 강화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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