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은행들은어디로가나>下. 일본.독일선 업무다각화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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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미 은행들이 일찌기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서비스와 신종 상품 개발에 나선데 비해 독일이나 일본 은행들은 덩치 불리기를 통해 수익 기반을 쌓아왔다.

특히 일본 은행들은 대출 늘리기에 주력해왔다.90년대초 거품경기가 꺼진 뒤 엄청난 부실채권을 안고 비틀거리는 것도 이런 배경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을 통한 수익 비중은 아직도 80% 안팎에 이른다.투자및 자산운용등 고부가가치 업무 개발에 소홀했던 일본 은행들이 매달릴 수 있는 분야는 전통적인 업무중 하나인 대출이기 때문이다.후지(富士).도쿄 미쓰비시(東京三菱)등 대형 은행들의 최근 변화라면 마진폭이 높은 아시아지역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이코노미스트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결과 도쿄미쓰비시은행을 제외한 스미토모(住友).산와(三和).후지등 대부분 대형 은행들의 자산운용수익 비중이 전체 수익의 5% 내외에 머물렀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일본 은행들은 미국 은행들과의 업무 제휴를 꾀하고 있다.해외 영업에서 한계에 부닥친 일본채권신용은행이 지난 4월 미 뱅커스 트러스트은행과 국제업무 부문에서 협력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은행은 아니지만 일본 스미토모생명보험도 국제 투자 업무에 있어 미 프랭클린 템플턴사와 제휴하기로 지난달말 합의했다.

소매금융 서비스 개선도 눈에 띈다.산와은행은 내년 봄부터 음성 인식으로 고객을 식별하는 폰뱅킹을 실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편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금융개혁에 대비해 일 은행들은 짝짓기에도 나서고 있다.홋카이도 다쿠쇼쿠(北海道 拓殖)은행과 홋카이도 은행은 내년 4월 합병하기로 최근 발표했다.미쓰비시.스미토모등 재벌 은행들은 지주회사 설립 허용을 계기로 은행.증권.보험등 금융기관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동안 덩치 불리기에 주력했던 독일 은행들은 최근 투자업무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도이체.드레스드너.코메르츠등 독일 3대 은행이 모두 최근 투자은행 업무를 확충하고 있다.지난 95년 드레스드너 은행이 영국 종합금융회사인 클라인워트 벤슨을 인수한 것이 그런 움직임을 말해준다.

한편 독일 은행들은 오는 99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유럽연합(EU)의 통화통합에 대비해 현재 상대적으로 이자 마진 폭이 큰 스페인.이탈리아 은행 매수에 적극적이다.또 독일 은행들은 보험사등과 업무 제휴및 통합을 통해 은행 업무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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