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짜증나는 통신료 고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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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동차 판매사원 정영식(鄭泳植.32)씨의 우편함에는 이달에도 전기요금.TV시청료.자동차세등 각종 세금.요금 고지서가 수북하다.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네장이나 되는 통신요금 고지서. 시내전화요금 고지서가 한국통신으로부터 날아오고 가끔 082시외전화를 쓰기 때문에 데이콤 시외전화요금고지서도 별도로 배달된다.여기에다 신세기통신의 이동전화와 나래이동통신의 무선호출기 요금고지서도 매달 빠지지 않고 찾아온다.

고향인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문지영(文智英.2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鄭씨와의 차이는 이동전화 대신 시티폰을 이용하고 PC통신 유니텔까지 쓰기 때문에 다섯장의 요금고지서를 받는다는 점. 많은 사람들의 경우 고지서가 많다보니 한두장 잃어버리는 수가 많고 다음달에 연체료까지 내야하는등 번거로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쟁체제로 인해 요금이 내리고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생겨 생활이 편리해진 뒷면에는 매월 쏟아지는 수많은 요금고지서라는 불편이 도사리고 있는 것.현재 국내 통신사업자수는 49개.여기에 지난달 제2시내전화사업자.제3시외전화사업자등 10개의 신규통신사업자가 추가 선정돼 시내.시외.국제전화는 물론이고 개인휴대통신(PCS).시티폰.주파수공용통신(TRS)등 외우기도 힘든 59개 업체가 통신사업을 하거나 준비중인 시대다. 통신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말 펴낸'통신서비스요금 통합고지에 관한 의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통신.데이콤.SK텔레콤.신세기통신,그리고 015무선호출사업자들이 매월 발행하는 고지서는 총 3천7백56만여건.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 1백53억1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들자 제2 시외.국제전화 사업자인 데이콤과 신규통신사업자들은 모든 통신요금 청구및 수납업무를 대행할 통합빌링(Billing)회사를 업계 공동으로 설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설립되면 고객들은 한장의 통합고지서만 받게돼 편리해지고 연간 4백73억원의 고지서 발행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더구나 통신요금을 연체한뒤 다른 통신회사로 옮기는'메뚜기 연체자'들을 막을 수 있는등 이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통신과 SK텔레콤등 각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는 사업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이들은 “통합빌링회사가 이 회사가 설립되면 고객들은 한장의 통합고지서만 받게돼 편리해지고 연간 4백73억원의 고지서 발행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더구나 통신요금을 연체한뒤 다른 통신회사로 옮기는'메뚜기 연체자'들을 막을 수 있는등 이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통신과 SK텔레콤등 각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는 사업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이들은 “통합빌링회사가 설립되면 각사의 가입자정보가 드러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대신 현재 50% 정도에 불과한 요금 자동이체비율을 늘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업전략상 시장지배업체가 시장점유율이 낮은 업체와 함께 어울릴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이다.

특히 회사설립과 운용비용도 만만찮고 세계적으로도 경쟁업체끼리 공동으로 통합빌링회사를 설립한 선례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처럼 양측이 맞서자 정보통신부는 지난해말과 지난달 두번에 걸쳐 사업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지만“업체끼리 합의에 이르지 않는 이상 정부는 개입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며 수북하게 쌓이는 통신요금고지서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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