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재미있다> 브러시 백 피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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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박찬호가 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가운데 4회말 토니 필립스에게 던진 투구는 양팀 선수들을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오게 만든 위협적인 공이었다.

필립스는 1회말 첫타석에서 1점홈런을 때렸고 2회말에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박이 승리투수로 가는 길을 막은'원흉'이었다.박은 4회말 필립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빠른 공으로 2-0의 카운트를 잡았다.볼 카운트 2-1에서 박은 필립스의 귀를 스치는듯한 위협적인 공을 던졌고 깜짝 놀라 간신히 피한 필립스는 욕을 하며 대들었다.

이런 위협구를'브러시 백 피치(Brush Back Pitch)'또는'녹다운 피치(Knockdown Pitch)'라고 부른다.타자의 머리를 겨냥해 던지는 빈볼(Bean Ball)과는 다르다.맞히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타자를 타석 안쪽라인에서 빗자루로 쓸듯이 뒤로 물러서게(Brush Back)하거나 주저앉게 만들어(Knockdown) 적극성을 떨어뜨리는데 목적이 있는 투구다.

박은 2-3의 풀카운트 끝에 의도대로 바깥쪽 빠른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필립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브러시 백 피치 이후 필립스는 전타석만큼 홈플레이트쪽에 바짝 다가설 수 없었고 결국 바깥쪽 공에 헛스윙으로 물러난 것이다.

박은 필립스에게 전타석까지 안타를 얻어맞은데다 2구째를 던지다 발목을 삐끗해 의도적으로 브러시 백 피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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