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체험 주인공은 가짜 - SBS '토요미스테리' 단역배우 쓰고도 안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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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공포스런 이야기들을 드라마식으로 재구성해 내보내는 SBS'토요미스테리'중 체험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인터뷰 부분에 대역을 사용한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것은'토요…'가 처음 방영된 지난달 14일의 첫 이야기'사자(死者)와의 대화'.최현이라는 가명의 40세 소설가가 대학시절 산에서 죽은 사람과 만나 이야기했다는 내용으로 체험자 최씨가 제작진과 인터뷰를 갖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체험자라고 소개됐던 사람은 소설가 최씨가 아닌 단역배우 이지산(예명.48.서울은평구갈현동)씨인 것으로 드러났다.당시 방송에서는 인터뷰 장면에'최현(가명).40세.소설가'라는 자막까지 내보냈으며 이어지는 재연 장면에서는 최씨 역할을 하는 연기자의 얼굴 밑에'대역'이라는 자막을 넣었다.뒤의'대역' 자막을 본 시청자라면 당연히 인터뷰 상대자가 체험자 자신이라고 여기게 된다.

프로그램 제작자인 박재연PD는“당사자인 작가 이모씨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거부해 부득이 대역을 사용했다”며“하지만 내용은 이씨와 몇차례 만나 들은 것을 그대로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 이씨는 방송중 인터뷰에서 대역이“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오싹해진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전혀 그런 바 없다”고 말했다.이씨는 또“프로그램을 보지 못했지만 전체 이야기도 드라마식으로 꾸미는 과정에서 내 경험담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담당 권수현(35.여)부장은“시청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공포 이야기를 이처럼 조작까지해서 내보내는 것은 방송으로서 지켜야할 윤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PD는“인터뷰에서 대역을 사용했음을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한 뒤“앞으로는 인터뷰의 대역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시청자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고 시청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는 이유로 지난달 23일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SBS'토요미스테리''사자(死者)와의 대화'체험자 인터뷰(위)와 재연 장면.인터뷰 자막에는 설명이 없으나 대역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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