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인천 악취소동과 환경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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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백40여만명의 인천시민들이 엿새째 암모니아 냄새로 고통을 겪고 있으나 관계당국인 환경부와 인천시는 아직껏 원인규명도 하지못한 채 형식적이고도 면피성 조사로만 일관해 시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현욱(姜賢旭)환경부장관을 수행,인천시청 기자실을 방문한 환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관계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악취가 근절될 때까지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빠른 시일내 원인을 밝히고 사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자신만만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원인규명 방법을 묻자 그는“현재 국내에는 악취를 현장에서 채집 분석할 수 있는 정밀장비가 없으며 선진국에서조차 원인미상의 악취에 대해서는 사람이 후각으로 추적하는 실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호언장담한'빠른 시일내 원인규명및 사후대책 마련'은 결국 1분도 채 안돼 상투적인 여론무마용인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지난 며칠간 조사반의 활동은 악취발생지역에 출동해 냄새를 맡아보고 주변 공해공장을 돌아다니며 공해물질을 기준치보다 초과배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게 고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환경을 전문적으로 연구 분석한다는 환경부산하 국립환경연구원과 인천지방환경청,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등 9개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않을 정도의 활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왜 악취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느냐는 시민비난이 거세지자 조사반은 급기야 환경부,인천시 양편으로 나뉘어 제각기 조사를 벌이며 책임 떠넘기기 인상까지 풍기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도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패배주의적 자세와 환경부.인천시의 보이지않는 책임전가성 싸움때문에 결국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있는 셈이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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