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리어선 나포 어업협정 개정노린 계산된 행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정부는 올들어 일본 해상보안청에 의해 한국어선이 나포된 것은 지난해까지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한국정부가 일본측 영해로 인정하고 있는 곳에서 한국어선들이 조업하다 나포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올들어 나포된 한국어선들은 일본측이 올 1월부터 일방적으로 선언한 영해에서 조업했기 때문이다.

장승우(張丞玗)해양수산부차관은“현행 한.일 어업협정 1조에 따르면 영해 기준을 바꿀 경우 양국간 합의에 의하도록 돼있다”고 지적하면서“아직 양국간 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통상기선 영해를 직선기선 영해로 넓히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張차관은“일본측이 한국어선의 잦은 불법 영해침범을 단속 강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3년사이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단속으로 일본 영해를 침범한 어선이 1백여척 안팎에서 수십척으로 오히려 줄었다”며“올들어 일본정부의 한국어선 나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측이 무리하면서까지 한국어선을 나포한 것은 양국간 입장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는 한.일 어업협정 타결을 위한 엄포용으로 한국정부는 보고 있다.

한.일 어업협정에서 양국간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것이 독도문제.한국측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정하는 기준을 양국 유인도(사람이 사는 섬)의 중간선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독도는 한국 주권이 미치는 배타적경제수역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일본측은 독도에 관한한'중간선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독도를 공동수역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국어선에 대한 최근의 단속강화는 지난해 7월20일 통과된 직선기선에 따른 영해법 개정 1주년을 앞두고 일본어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일본 어민단체들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아직 타결되지 않고 있는 한.일 어업협정을 일본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라는 압력을 넣을 계획이다.

직선기선에 따른 일본의 새로운 영해법은 올해 1월부터 발효됐다.일본정부는 그동안 한.일 어협협정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칼을 빼들었다.

일본정부는 이번 나포사건과 관련,한국대사관에“일본어민들의 신고가 들어왔으며 국내법에 따라 취한 적법한 조치”라고 통고했다.

일본측은“어선들의 조업에 관해서는 한.일 어업협정이 국내법에 우선하는 국제법이니만큼 국제법 위반”이라고 항의하는 한국에 대해“새로운 영해법은 또다른 국제법인 유엔 해양법에 따른 것이므로 어느쪽이 우선하는지는 논쟁사항”이라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