競選잡음 원천봉쇄 金心 발동 - 政發協 왜 갑자기 활동중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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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가 2일 경선중립을 선언했다.7인의 대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특정인을 집단 지지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1백53명의 회원(의원.지구당위원장)들은 자유의사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

2~3일 세미나와 이사회를 열어 지지후보 대상을 압축하려던 정발협이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은 외부의 강박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지후보 선정계획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 점을 들 수 있다.金대통령은 1일 정발협의 서석재(徐錫宰)공동의장에게 전화로 이같은 뜻을 전달했고 뒤이어 김광일(金光一)대통령 정치특보는 이날 밤 徐의장과 만나 金대통령의 이같은 뜻을 재차 전달했다.金특보는 서청원(徐淸源)정발협 간사장과도 접촉했다.

청와대측은 정발협의 지지후보가 선택될 경우 당대표직을 내놓은 이회창(李會昌)후보측으로부터“金대통령이 경선에 개입한다.불공정하다”는 공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이 당에 이만섭(李萬燮)대표서리체제를 구축해 李후보가 아닌 정발협의 손을 들어준 마당에 정발협의 특정주자 지지 움직임까지 방치할 경우 李후보측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당의 분열을 걱정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李후보는 1일 마지막 주례보고에서 金대통령에게 정발협이 지지후보를 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발협의 사실상 해체와 관련해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金대통령 입장에선 정발협이 그 효용가치를 다했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정발협은 그간 李후보를 철저히 견제해 金대통령이 경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데 기여했다.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다르다.특정주자를 내세우려는 정발협의 움직임이'김심(金心)'에 대한 각종 추측과 잡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발협은 청와대 지시를 얌전히 수용했다고 한다.李후보측이'역(逆) 불공정 시비'를 걸어올 경우 얼마 남지않은 경선기간 운신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임을 우려했다는게 정발협의 한 핵심관계자 얘기다.게다가 반(反)이회창 6인 주자중 어느 누구를 지지후보로 뽑을 것인지 골머리를 앓던 중이어서“차라리 잘됐다”는 심정도 작용했다고 한다.

반李 6인주자들중에서도 이수성(李壽成)후보를 제외한 5인은 정발협의 지지후보 선정방침에 부정적이었던 만큼 탈락주자들의 반발등 후유증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발협 회원들중에는 반이회창 정서가 아직도 강하므로 상당수 회원들이'개별행동'을 빙자,반李 특정주자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은 있다.정발협이 사실상 지지후보를 내는 것 같은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李전대표측이 시비를 삼을 수 없는 환경아래서 사실상 특정후보를 밀게 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경선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신한국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이만섭대표서리로부터 첫 주례보고를 받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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