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우리는 21세기 선진국 대열에의 진입을 열망하고 있다.그러나 국제경쟁력이 너무나 허약하다.이대로 가다가는 선진국은 커녕 타국의 기술식민지로 전락할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판이다.이렇듯 국가경쟁력이 취약한 이유는 우리의 과학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그것은 또한 대학에서의 기초연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의 살길은 우선 대학에의 투자라고 생각한다.특히 대학에서의 기초과학의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지금 당장 발등의 불이 급한데 한가하게 대학의 기초연구냐 할지 모르지만 우회하는 길같아도 이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이 길 아니고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기초가 없어서”하는 한탄을 되풀이해야 한다.

대학의 기초연구에의 투자는 그 회임기간이 길고,그 과실에는 임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따라서 이 일을 기업에 기대하기는 어렵고,정부 차원에서 할 수 밖에 없다.사실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은 예외없이 기초과학이 튼튼하고 또 기초과학에의 정부투자가 큰 것이다.정부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산업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SOC인 기초과학에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충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에의 투자에서 학부의 교육투자도 시급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대학원 수준에서의 연구 투자일 것이다.대학에서의 연구활동이라는 것은 교수와 대학원 학생이 주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투자하자면 대학에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몇몇 대학원 중심대학을 선별적으로 중점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으로서는 이 지역 대학의 육성이 대단히 시급하다.우선 우수한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아울러 타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이 고장으로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 대학들의 명성을 보다 더 높일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대학의 존재는 그 지방의 위상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들과 산업체의 유입을 촉진시킴으로써 지역경제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된다.이렇게 볼 때 지방정부로서 그 지방 소재 대학에의 관심과 지원은 당연함을 넘어서 의무라고까지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21세기를 대비하여 이 지역으로서 또한 시급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첨단산업체의 유치이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SOC가 충실해야 하겠으나 우리지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따라서 중앙정부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산업체의 분산배치에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비교우위 원칙만을 고집한다면 국토와 인재의 효율적 활용을 기대할 수 없다.이런점에서 정부가 지난 해부터 수도권 과밀억제 정책을 일부 완화하여 수도권내 공장 설립을 사실상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중앙정부로서 할 일은 국가공단의 분양가 인하,사회간접자본의 확대,지방 이전 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투여 등 정책적 배려가 아닐까 한다.이렇게 되면 광주.전남지역으로서는 관광산업도 쉽게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대비하여 국가경쟁력을 굳건히 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모두의 의식개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각자의 일에 대한 성실성이라고 생각된다.이 성실성은 정직성에서 비롯된다.어릴 때부터 정직하게 교육받지 아니하면 성실한 일꾼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따라서 교직자들은 정직한 후세를 교육시킨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 전에 나 스스로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 때이다.이것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일 것이다.

하두봉 광주과학기술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