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진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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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멋진 휴식을 찾아 멀리 떠나버린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 은평구 진관사로 향한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진관사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은평뉴타운 풍경은 낯설고 답답하다.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 자락의 아름다운 능선과는 대조적으로 잘 정비된 넓은 도로와 초고층 아파트들은 스산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종점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방금 전 도심의 회색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언뜻 보아도 수령이 수십 년은 돼 보이는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이 우뚝 솟아 있다. 수려하게 우거진 나무와 바위 사이에 얼어붙은 계곡물, 싱그러운 소나무 내음이 무척이나 반갑다.

얼어붙은 진관사 계곡


진관사 계곡길은 절을 들머리로 하여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객들이 애용하는 코스다. 등산화를 신었다면 이왕 나선 김에 북한산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진관사 일주문을 조금 앞두고 왼쪽으로 ‘사모바위’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초입에서 사모바위까지 오르는 데는 한시간 가량 걸린다. 평평한 길과 오르막이 반복되며 조금 가파르긴 하나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니다. 진관사 코스는 능선과 계곡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일주문


일주문에서 진관사 입구 홍제루까지 이어진 좁은 길은 곧게 뻗은 나무와 낮은 돌담장이 걷는 이의 마음을 아늑하게 감싸준다. 굽어진 계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와 지난 가을 미처 썩지 못한 낙엽들은 한겨울에도 포근한 풍경을 선사한다. 사찰 입구에 버티고 있는 고목은 사람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홍제루 아래를 지나 계단에 올라서면 잘 정돈된 정갈한 가람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구니승의 사찰임을 느낄 수 있게 경내는 잘 정돈되어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한겨울 낮 인적이 없는 경내는 고적하고 쓸쓸하다.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천년의 역사를 가진 진관사는 서울의 4대명찰 중 하나로 숱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사찰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으로 북한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일상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는 사찰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눈으로 하얗게 뒤덮힌 진관사 돌담


울창하게 우거진 산세의 수려함과 절을 휘감고 흐르는 계곡을 가진 진관사 주변 풍광은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세속의 먼지를 걷어내고 마음을 여밀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연신내역 3번출구 하나은행 앞에서 진관사 차량 이용(오전 이용 가능)
구파발역 3번출구 마을버스 7724번 이용, 진관사입구에서 하차
진관사 차량과 마을버스 운행 시간은 진관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글과 사진 / 장정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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