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민들 올해는 인내해 주겠지만 내년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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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격동기에 한 배를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인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그는 “장·차관들은 자부심과 일체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뜨려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 운동장에서 장·차관 워크숍 참석자들과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제공]


또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코드는 안팎의 ‘화합’과 ‘소통’이다” “타부처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해선 안 된다. 예컨대 미디어법에 대해 타부 장관도 거들어 줄 수준은 돼야 한다. 미디어법이 미디어 융합시대에 필요하고 생산효과가 높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19 개각으로 구성원이 교체된 내각과 청와대를 향해 팀워크를 강조한 발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간 열린 이번 행사의 정식 명칭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이었다. 이름 그대로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집권 2년차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만큼 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수석들, 대통령 특보까지 35명이 모두 참석했다. 일부 참모는 30일 자정쯤 끝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현장을 지킨 뒤 잠시 눈을 붙이고 나왔다. 정부에서도 다보스 포럼 출장 중인 한승수 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 전원과 차관들까지 77명이 참석했다. 1·19 개각 이후 내각에 합류하게 된 윤증현(기획재정부)·현인택(통일부)·이달곤(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팀워크와 함께 ‘속도전’과 ‘비상한 각오’였다. 첫날 모두발언에서 그는 “국민이 올해는 인내해 주겠지만 내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희망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줘야 한다”고 빠른 정책 집행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볼 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몸을 던지는 열정과 긍지로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대통령은 31일 오후 9시쯤 장시간 토론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가볍게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을 서너 잔씩 마시며 잠시 긴장을 풀었다. 티타임 때는 지난달 30일에야 내정된 행안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이달곤 ‘최신 내정자’”라고 조크도 건넸다. 그는 1일 오전 7시부터는 한 시간가량 전체 참석자들과 운동장을 속보로 15바퀴 돌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이동관 대변인은 “뒤처진 사람들을 배려해 10바퀴를 돈 뒤에는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을 앞두고도 이곳에서 장관 후보자, 수석 내정자들과 워크숍을 열고 구보를 했었다.

이번 워크숍에선 ▶경제위기 극복과 성공적인 국정운영 전략 ▶일자리 안정과 창출을 주제로 4개 조 분임토의를 한 결과를 전체토의를 통해 공유했다. 정정길 실장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새내기’들을 위해 국정운영 철학을 설명하는 강연과 주제발표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워크숍에 참석한 이동관 대변인은 “첫 워크숍만 해도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 제대로 해보자는 열정이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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