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표 사퇴표명 하기까지 불가.수락.주저 이틀새 반전 거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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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던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 대표와 정발협간의 대결이 막판에 타협점을 찾았다.이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李대표의 사퇴의사 표명불가 의지는 단호했다.'대통령 귀국후 협의해 결정'이라는 방침에서 한발도 후퇴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를 번복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고 전해진다.

본격적인 중재가 시작된 것은 정발협이 전국위 소집 서명을 추진하고 반(反)李주자 일각에서'경선불참 검토'라는 극한대응이 제기되면서부터. 박관용(朴寬用)신한국당 사무총장과 김용태(金瑢泰)청와대비서실장.강인섭(姜仁燮)정무수석등이 중재자로 나섰다.

이들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5일.이들은 우선 李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것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대신 정발협과 반李주자측도 서명착수등 일체의 실력행사를 중지한다는 절충안을 갖고 양측과의 접촉을 벌였다.

이들은 정발협및 李대표진영 관계자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갖고 중재안 수락을 촉구했다.정발협의 서석재(徐錫宰).김정수(金正秀).이세기(李世基)공동의장과 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등이 주된 접촉대상.물론 정발협의 서청원(徐淸源)간사장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민관식(閔寬植).이만섭(李萬燮)고문등 당원로들이 지원에 나섰으며 일부 고문들은 李대표에게 사태해결을 위해선 사퇴의사 천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한다.

…朴총장등의 이틀에 걸친 파상(波狀)설득공세는 李대표에게 집중됐다.정발협과 반李주자측이 일찌감치 중재안 수용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결국 李대표도 26일 밤 대표직 사퇴의사를 2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다는데 동의했으며 이로써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그러나 李대표측 참모회의때 정발협의 공세에 굴복하는 인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7일 아침에 다시 혼선이 빚어졌다.일부 관계자가“경선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선례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이때문에 李대표도 27일 아침 당초의 사퇴의사 표명 불가 방침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무엇보다 밀리는 인상을 주면 안된다는 판단을 한 때문 같다고 측근들은 전한다.당황한 중재파들은 다시 여러 경로를 통해“당이 깨지는 위기를 막아야 한다.그것이 가장 큰 대표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력히 강조했고 마침내 李대표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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