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새맛내기>'악셀의 성' 에드먼드 윌슨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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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서양 고전(古典)들의 재출간이 활발하다.산뜻한 편집과 새로운 번역으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신간의 홍수 속에서 자칫 묻혀버리기 쉬운 명저들을 찾아내 소개한다. 편집자

문예출판사에서 나온'악셀의 성'은 20세기 서구 현대문학의 지평을

안내한'현대판 고전'.미국 문학비평가 에드먼드 윌슨(1895~1972)이 193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문학 전공자는 물론 현대문학에 관심있는 일반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당초 지난 80년 홍성사에서 원광대 이경수(영문학)교수의 번역으로 나왔으나

이번에 이교수가 당시의 번역을 다듬어 다시 출간했다.

연세대 유종호 석좌교수는 잘라 말한다.“20세기 문학연구에 있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모더니즘.상징주의등 현대문학의 흐름과 본질을 요약한

교과서다.” 이 책에는 영국 시인 W B 예이츠에서 시작,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미국 시인 T S 엘리엇,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영국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를 거쳐 미국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까지 모두 6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이들을 한데 묶는 문학용어는 상징주의.인간의 내면성 탐구에 남다른 집착을

보였다.사물을 평범하게 언급하기보다는 넌지시 암시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목표였다.

저자는 이들 6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확하게 드러내며 20세기초 서양

현대문학의 경향을 추적한다.엘리엇의'황무지'나 조이스의'율리시즈'등

난해한 작품세계에 서구인들조차 어리둥절했던 지난 30년대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서구 모더니즘 연구의 선구적 성과물로 꼽힌다.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끄는 부분은 책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에피소드들.예컨대 발레리와 그 스승 말라르메 사이의 인간적 교류와

영향,프루스트의 수많은 사교상의 일화들,끝까지 지배문화에 저항하며

아웃사이더로 남았던 랭보의 일대기등이 문학비평서의 딱딱함을

걷어낸다.때문에 강단(講壇)비평서라기보다 깊이있는 교양서에 가깝다.

반면 저자는 이들 작가를 비판의 눈으로 바라본다.제목의'악셀'은 1890년

프랑스 작가 릴라당의 극시'악셀'의 주인공. 저자는 세상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개인적 환상에 빠졌던 악셀을 통해 끝없이 자기 내부 탐구에

몰두했던 20세기초 서구작가들의 자의식을 꼬집고 있다.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했던 이들과 달리 인간 상호간의 이해와 애정을

강조하는 셈.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실현될 수 있는 곳으로 구(舊)소련을

지목한 부분에선 지식인 특유의 순진한 이상주의도 묻어나온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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