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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로스쿨 제도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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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칼럼을 통해 한국형 로스쿨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다. 로스쿨 합격자, 사법시험 준비생, 법대생 등 다양한 분야의 독자들로부터 건설적인 제안과 비판 등 다양한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로스쿨 도입의 입법취지가 어떠하든 제도의 개선을 통해 성공적인 사법개혁을 이룩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법조인 양성 제도는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 정의를 유지하는 사법부의 존립 목적은 물론, 국민이 법적 안정성의 테두리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따라서 법조인 선발과 배출 과정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보수적으로 운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은 아무리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하더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급격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주에 언급했듯이, 로스쿨 제도에 대해 법조인, 법대생 등 법률관련자들은 법조인 선발에 드는 고비용, 선발 기준의 애매함, 설익은 변호사 배출 우려 등을 로스쿨 제도 반대의 이유로 제시한다. 하지만 논의는 ‘로스쿨을 하느냐 마느냐’에서 ‘로스쿨 시대에서 대학과 학생은 어떻게 최선의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을까’로 넘어왔다. 이제는 로스쿨 자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보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

사실, 법조인 한 명을 키우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은 로스쿨의 영원한 숙제다. 한 로스쿨에서 한 해 100여 명의 신입생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그들의 수업료로 월급을 받는 교수는 50명 이상, 게다가 건물의 유지나 기타 비용도 그들의 등록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부금이라는 요소가 있겠지만, 이는 꾸준히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수입이 아니라 함부로 주 수입원으로 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로스쿨의 고비용은 일정 부분 학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국민의 법률 서비스 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재산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제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

로스쿨 입학 기준이 수험생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많은 로스쿨 관련 카페, 게시판에는 ‘24살에 학점 평범한 나는 최상위권 로스쿨에 붙었다’, ‘LEET 점수가 높은데도 로스쿨에 떨어졌다’는 등 엇갈리는 반응이 쏟아진다. 물론 각 대학이 엄정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겠지만, 교육 서비스를 받는 주체이자 예비 법조인인 학생들에게 정확한 합격 기준을 알려주는 것 역시 엄정한 기준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다. 따라서 로스쿨들은 정확한 합격 가이드라인을 제시, 완벽한 선발 과정을 과시할 정도가 돼야 한다.

또한 기존의 사법시험 제도에 비해 공부량이 적다는 점도 문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설익은 변호사를 배출하여 국민에게 저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사법시험 하에서 고시생이 학부 35학점 이상의 법학과목 취득을 하고, 3차에 걸쳐 사법시험을 본 뒤, 사법연수원 2년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 것에 비해, 로스쿨은 단지 3년의 교육과 한 번의 시험으로 변호사를 배출한다. 법학부 4년 과정만으로 한 명의 변호사를 배출할 수 없듯이, 로스쿨 3년의 교육만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낮은 난이도의 변호사시험은 곤란하다. 최소한 현행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수료에 버금가는 난이도의 시험으로 로스쿨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다가올 변호사시험이 어떠한 난이도로 출제될지는 모르나, 비전공자를 포함한 로스쿨에서 단지 3년의 학업만으로 법학적 소양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일본의 예에 비추어 볼 때, 법무부에서 엄격한 자격검증을 요할 경우 로스쿨 낭인의 대량 생산도 우려된다. 그렇다고 엉성한 검정으로 변호사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은 공멸의 길이 될 수 있다. 자질논란에 대한 해답은 로스쿨생 자신이 끊임없이 법학 소양을 갈고 닦는 것 뿐이다.

장은호 칼럼니스트 jgoon8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