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외제차 노려 살해후 야산 암매장- 일식당주인 납치사건 범인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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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조건 서울 압구정동에 살며 외제 승용차를 타는 사람은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식당 주인 황원경(黃元景.36)씨 납치피살사건은 어처구니없게도'압구정동에 사는 외제차 소유자'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계획범행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5일 새벽 이 사건 용의자 이화준(李和濬.23.무직.서울관악구신림동)씨를 여동생(20)의 남자친구 집인 부산시사하구다대동 M아파트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3시30분쯤 충남 홍성경찰서에 자수한 최우석(崔宇碩.23.무직.충남홍성군).고관천(高寬天.23.대전시유성구)씨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충남홍성군 야산에 암매장된 黃씨의 시신을 발굴했다.

◇모의.납치=초등학교와 중학 동기동창인 이들은 경찰에서“용돈과 유흥비 마련을 위해'압구정동에서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14일 오후 전화로 범행을 모의한 뒤 15일 아침 서울강남구포이동 李씨의 동거녀 黃모(36)씨 집에 모여 흉기와 면장갑.테이프등 범행도구를 준비했다.

이들은 16일 오전1시쯤부터 동거녀 黃씨 소유 승용차를 타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를 10여회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중 오전4시10분쯤 벤츠승용차를 세워놓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던 黃씨를 발견,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 흉기로 위협해 납치했다.

이들은 격렬히 반항하며 도망치려는 黃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흉기로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뒤 현금 2백30만원과 국민은행 신용카드를 빼앗고 충남홍성군서부면 야산으로 납치했다.

◇현금인출=이들은 이날 오전9시쯤 黃씨를 위협,가족과 친구에게“골프장 매점 계약건으로 4천2백만원이 필요하니 통장에 입금시켜달라”는 전화를 하도록 했다. 李씨등이 黃씨를 감시하는 동안 高씨가 빼앗은 신용카드를 갖고 상경해 16,17일 이틀동안 매봉역.강남역.영등포역등 서울 지하철 2,3,4호선내 현금 인출기 33곳에서 9백90만원을 인출했다.

◇살해.도피=이들은 16일 오후10시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黃씨가 차를 몰고 70여 달아나다 길옆 소나무에 차체 왼쪽 앞을 들이받고 붙잡히자 살해키로 하고 17일 오전2시쯤 돈을 인출해 돌아온 高씨와 함께 속옷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뒤 근처 공터에 암매장했다.

그뒤 이들은 암매장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사흘뒤인 20일 다시 현장으로 가 黃씨의 시체를 20여 더 산속으로 옮겨 파묻었다.

이들은 17일 새벽 충남온양시 온양온천 부근 공터에 黃씨의 벤츠승용차를 유기한뒤 함께 상경,K은행 청담동지점에서 카드가 지불정지된 사실을 확인하고 돈을 나눠가진뒤 헤어져 부산과 충남천안.아산일대 친지집을 돌며 은신해왔다.

◇수사=경찰은 25일 오후2시쯤 충남홍성군서부면중리 야산 3부능선에서 속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양손이 묶인채 암매장된 黃씨의 시신을 찾아냈으며 26일 오전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경찰은 또 李씨의 동거녀 黃씨가 범행모의 장소와 승용차를 제공한 점으로 미뤄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중이다. 나현철.김영훈 기자

<사진설명>

일식당 주인 황원경씨 납치피살사건의 용의자인 이화준씨가 25일 오후 충남홍성군서부면중리 야산에서 수사관들에게 황씨를 매장한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홍성=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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