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개의 조상은 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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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의 조상이 늑대일 것이라는 학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제기돼 왔다.“개의 가축화 과정은 최소한 1만2천년 전에 시작됐으며,오늘날 4백여종에 달하는 모든 품종의 개들은 선사시대 수렵인들에 의해 길들여진 늑대의 후손이다”는 것이 학설의 요점이었다.

1950년 미국의 스콧이라는 학자는 늑대와 개의 사회행동에 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간사회에서 생활하는 개의 행동양식과 늑대사회에서 행동하는 늑대의 행동양식은 똑같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학자들 뿐만 아니라 개가 늑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실증해 보이기 위해 새끼늑대를 집에서 키운 사람들도 많았다.캐나다의 에스키모는 이미 여러 세기 전부터 늑대를 사육해 자신들의 썰매를 끄는 동물집단에 늑대를 포함시켰으며,개와 늑대를 교배해 특이한 품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늑대의 후손설'을 그럴싸하게 뒷받침하는 개가 중국 베이징(北京) 원산의 애완용 발바리인'페키니즈'다.이 개는 털이 길고 고우며 주둥이가 짧고,귀는 처졌으며 꼬리가 동쪽으로 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어떤 학자는 이런 동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중 하나'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페키니즈의 외모는 늑대와 판이하다.하지만 해부학적 구조나 생리기능의 측면에서는 놀랄만큼 비슷하다고 한다.전체적인 골격이 완전히 늑대와 동일하며 치열(齒列)이나 뇌,그리고 장의 모습까지 똑같다는 것이다.늑대 등 대개의 야생동물들이 새끼 때의 특징을 성장기에 상실하는데 비해 페키니즈는 다 자란 후에도 그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늑대로부터의 변화 원인이라고 한다.

외모상으로는 늑대와 닮지 않은 품종이 더 많지만 그 때문에'늑대의 후손설'이 미심쩍다면 페키니즈는 그 의구심을 해소시켜 줄 법하다.최근 미국과 스웨덴의 동물진화학자들은 개의 조상이 늑대라는 더욱 확실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늑대.개.자칼.코요테 등 네가지 동물에서 유전자(DNA)를 분리해내 분석한 결과 개와 늑대의 유전서열만이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특히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가축으로 기른 것이 13만5천년전부터라니'개의 역사' 아니'늑대의 역사'가 새로 쓰여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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