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국제전화료 인하 압력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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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세계적으로 국제전화료를 인하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전화서비스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이미 기존의 독점적 유선전화 회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또 각국의 통신규제 완화는 전화사업자간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가장 극적인 변화는 국제전화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수십년동안 유지돼온 국제 정산요율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정산요율 방식이란 관계되는 두 나라의 전화사업자가 협의를 통해 국제전화 요금과 배분비율을 정하는 방식.문제는 이렇게 정해진 정산요금이 실제 국제전화를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과 거의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유엔 산하기구로 정보통신산업의 국제적 기준과 규범을 설정하는 국제통신연합(ITU)의 페카 타잔 사무총장은“정산요율체계가 시대에 뒤진 것은 사실”이라며 ITU 집행위원회에 내년중 새로운 국제전화 요금 산정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정식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정산요율체계를 개혁하자는 요구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ITU 회원국들은 5년전 국제전화요금을 비용에 근거한 산정방식으로 바꿔나간다는 권고안을 채택했었다.타잔 사무총장은 1년전만 해도 많은 국가들이 요율방식의 개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는 누구나 그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이같은 변화로 소비자들이 얻게 될 혜택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싼 현행 국제전화요율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한 것도 개혁을 다급하게 만드는 이유다.요율 격차가 있는 두나라 사이에선 싼 쪽에서 비싼 쪽으로 전화를 되거는 이른바'콜 백'이 성행하고 있고,전화요금이 싼 제3국을 경유해 통화하는 방식도 조만간 크게 늘 전망이다.인터넷을 통해 음성정보를 전달하는'인터넷 전화'는 최근 정산요율체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ITU의 팀켈리는“인터넷 전화는 현행 요금체계를 무너뜨리는 최후의 일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제 통상외교무대에서도 정산요율체계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올해초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합의한 통신서비스 교역의 자유화규약은 정산요금체계의 개혁에 대한 압력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압력은 워싱턴에서 나오고 있다.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국제전화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여타 국가들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처리해야 할 사안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반대하고 있어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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