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發協.이회창 대표 갈등 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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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정발협과 이회창(李會昌)대표간의 대결이 더욱 첨예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정발협은 李대표측의 불공정 경선사례를 전국적으로 수집한뒤 당 선관위에 고발키로 했고,李대표측은 이에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정발협의 대책은 다양하다.우선 李대표측의 불공정 사례를 모아 이를 근거로 대표직무정지를 요구할 방침이다.지구당위원장들을 상대로 李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李대표를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도 고려하고 있다.李대표가 당직자와 특보단을 어떻게 경선에 동원했는지를 밝히는 편지를 대의원들에게 발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발협측은“李대표측의 불공정 경선을 문제삼는 것이지 경선구도에서 누구를 유리하게 하려는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발협의 공세속엔 신한국당 경선을 李대표 대 정발협이라는 구도로 몰고가려는 속셈이 담겨있다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정발협이 중심을 잡고 반李대표 주자들을 정발협이란 우산속으로 집결시키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이수성(李壽成)고문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한동(李漢東).박찬종(朴燦鍾)고문,김덕룡(金德龍)의원등 반李대표 주자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냉랭하던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정발협은 이처럼 반李대표측 주자들을 한데 모은뒤 최종 순간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여겨진다.

이같은 작업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출국기간중에 해치움으로써 김심(金心)시비를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李대표 진영은 격앙된 모습이다.李대표측은 대책회의를 가진뒤 “당의 근간을 뒤흔드는 해당행위”라며 강력한 대응방침을 밝혔다.

하순봉(河舜鳳)비서실장은“당총재인 金대통령이 해외순방기간중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화합하라고 지시했는데 정발협의 핵심세력은 정면으로 이를 부인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李대표측은 92년의 경선상황도 제시하고 있다.그때도 반YS그룹이 불공정을 이유로 YS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으나 당지도부가 이를 일축했다는 것이다.

박성범(朴成範)의원은“총재가 지명하고 전국위가 동의한 당대표에 대해'사퇴요구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당의 근본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격했다.

변정일(邊精一)의원은“92년 경선때 YS를 따랐던 민주계 사람들이 4년전과 정반대로 이제 와서 대표.후보 분리론을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정발협이 자신들의 으름장을 실행에 옮길 경우 반李대표 주자 진영의 가세와 李대표측의 강한 반발이 얽혀지면서 당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질 전망이다. 김진.박승희 기자

<사진설명>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박찬종 신한국당고문,이인제 경기도지사(오른쪽부터)가 22일 경기도파주시탄현면 통일동산에서 열린 통일기원 대미사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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