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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자기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다섯명 모두 의왕시에 있는 간수의 집을 밤중에 넘어들어갔다.물론 그들 중 몇몇은 호주머니에 잭나이프 같은 흉기를 숨기고 있었다.마당에 감나무와 대추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단출한 단독주택에는 간수와 아내,중학교에 다니는 딸 하나가 살고 있었다.

기달과 용태,도철은 간수와 아내가 자고 있는 안방을 덮치고 대명과 길세는 딸 아이가 자고 있는 방을 덮쳤다.

잠옷을 입은 채 놀라 깨어난 간수는 본능적으로 아내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어떤 놈들이냐?”“우리는 니키 마우마우단이다.결코 해치러 오지 않았으니 차분히 일어나 앉아 우리와 담판을 하자.우리를 신사적으로 대해주면 식구들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겠다.만약 경찰에 신고하려고 허튼짓을 한다든지 하면 우선 사모님과 따님이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따님 방에도 우리 단원이 두명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딸 아이가 있는 건넌방에서 신음소리 같은 것이 새어나오자 간수가 벌떡 몸을 솟구치며 말했다.

“좋다.피차 신사적으로 담판을 하자.딸 아이를 절대 건드리지 말라.내가 가서 딸 아이에게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겠다.” 간수가 딸 아이 방으로 건너가더니 반항하지 말라고 타이르고나서 다시 안방으로 건너왔다.겁에 질린 간수 아내는 방 구석에 무릎을 세우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사모님은 잠시 따님 방으로 가 계셨으면 하는데요.” 기달이 점잖게 말하며 방바닥에 앉았다.용태와 도철도 그 옆에 앉고 간수도 마주 앉았다.간수가 아내에게 눈짓을 하자 아내가 엉거주춤 일어나 딸 아이 방으로 건너갔다.

“니키 마우마우단의 이름은 익히 들었을 줄 안다.어른에게 반말을 쓰는 것을 용서해주기 바란다.어디까지나 담판이기 때문에 존댓말을 생략하기로 한다.요즈음은 어른들이 존경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자, 그럼 담판을 시작하자.”“강도짓을 하러 온거라면 집안에 있는 것들 다 가져가고 식구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기 바란다.” 간수는 직업적인 습관인지 그런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또렷한 어투로 말했다.

“강도짓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동료를 구하는 일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러 왔다.”“동료라면 이우풍을 가리키는 것인가?”“그렇다.우리의 동료는 억울하게 갇혀 있을 뿐이다.”“강도 강간 미수에다가 살인에는 공범으로 참여했고,시체 유기도 하지 않았느냐.특수 주거 침입죄도 범하고.”“주거 침입죄 정도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강도 강간미수니 살인 공범이니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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