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대형유통점 식품매장 시간대별 가격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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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강남구대치동에 사는 주부 황보영(31)씨는 지난 13일 그랜드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재미난 광경을 목격했다.

친구를 만나느라 평소보다 늦은 오후6시40분쯤 부랴부랴 저녁거리를 사러 갔는데 매장내에선 많은 고객이 마치 산보나온 사람들처럼 어슬렁거리며 구경만 할 뿐이었다.

마침 낯익은 이웃이 눈에 띄어 물었더니 웃으면서“싸게 팔 때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귀띔했다.파장때가 되면 물건값이 떨어지므로 기다린다는 얘기였다.

황보씨도 함께 조금 기다리니 정말 7시가 조금 지나 고객이 하나둘씩 매장을 빠져나가자 메가폰을 든 판매원이 나와“두마리 1만원 하던 갈치를 세마리 1만원에 드립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조금 기다리다 5천원짜리 갈치를 한마리 덤으로 얻은데 재미를 본 황보씨는 슈퍼에서 시간대별로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봤다.

우선 시간대를 14일 오후3시(평소 장보던 시간)와 14일 오후7시30분(백화점 폐점 30분전),15일 오후7시30분(휴무전날 폐점 30분전)으로 나눴다.

이 시간대에 따라 시루떡 1개를 샀다.첫째 시간대에 2천원이던 것이 둘째시간대에는 1천5백원으로 5백원(25%)이 쌌고,셋째 시간대엔 더 떨어져 1천원(50%)에 살 수 있었다.

갈치도 1만원에 처음에는 두마리를 주던 것이 세마리.다섯마리로 늘어났다.마리당 가격이 평일 파장무렵에는 정상가보다 33%,휴무전날 파장때는 60%까지 떨어진 셈이다.물론 같은 제주산이고 크기도 50㎝ 정도로 비슷한 것이었다.

어른 한뼘 크기의 성주산 참외도 처음에는 한개에 1천2백50원이던 것이 한개 1천원,두개 1천5백원으로 떨어지는등 과일.야채나 생선등 신선도가 유지돼야 할 상품은 거의 비슷한 양상이었다.양상추.참외.꽁치.떡.갈치등 5개 품목을 한꺼번에 산다고 가정했을 때 비용은 평일 오후3시 9천9백88원→평일 폐장 30분전 6천4백92원→휴무전날 폐장무렵 4천1백27원으로 떨어졌다.

시간대만 잘 골라잡으면 1만원짜리를 4천원에 마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그렇다고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니다.

다른 백화점이나 할인점.슈퍼등을 알아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안팔면 버리게 되므로 헐값에라도 팔아야 하고,고객 입장에선 같은 물건을 절반도 안되는 값에 사니'누이 좋고 매부 좋은'셈이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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