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내 탓’이라고 말하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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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젠(王建·左)중국거시경제학회 비서장, 웨이제(魏杰·右) 칭화대 교수, 중국국유자산관리학회상무부회장

당신의 설 연휴는 어땠는가.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 입에서
다들 죽겠다는 소리가 나오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히 세계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에 대한 욕도 나올 법 하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뭐라고 할까 뒤적여 보니
의외로 '내 탓''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거시경제학회 비서장인 왕젠(王建).
1988년 중국의 10대 걸출 청년으로 뽑히고
최근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기도 하는 유명 경제학자다.

그는 최근 어려움을 겪는 중국경제의 원인에 대해
마오쩌둥이 '모순론'에서 설파한 주장을 인용해 답했다.

"온도는 달걀을 부화시켜 병아리를 낳게 하지만
돌멩이를 (부화시켜) 병아리로 만들 수는 없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는 것은
외부의 요인으로, 이 외부 요인은 변화의 조건일 뿐이다.

만일 내부 요인이 없다면
이 외부 요인이라는 변화는 내부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비유다.

미국경제가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인해 최근 어려움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1992년 중국에서 최연소 박사지도 교수가 된
웨이제(魏杰) 칭화대 교수 또한 세계경제 위기의 책임을
미국의 머리에만 씌워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모두 중국의 내수부진과 공급과잉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이상으로 중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
고질병으로 진단한다.

생산은 늘어나는데 소비가 진작이 안돼 공급과잉이 되니
자연히 수출지향형 발전을 추구하게 된 게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수출의존 경제인데 미국이란 수출 대상지에 빨간 불이 켜지니
중국경제 전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대안으로 어떻게 내수를 진작할 것이냐에 대해
왕젠은 '도시화'(城市化)를 강조한다.
도시화 만이 철강, 시멘트, 건자재 등 경제발전 수요를 증가시키고
대량의 농촌인구를 흡수해 농촌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웨이제는 분배제도 개선을 추구한다.
지난 30년 개혁개방의 결과 국가는 부자가 된 반면
백성은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경제발전에 따른 과실을 民보다 國이 더 많이 챙겼다는 것이다.

때문에 웨이제는 감세나
정부가 보다 나은 사회보장제도 건설에 힘을 쓰라고 촉구한다.

왕젠이나 웨이제가 어떤 주장을 펼치든
중요한 것은 이들이 현재의 경제 문제점을 '내 탓'으로 돌리며
해결책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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