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단무지 만두' 대기업에 납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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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를 넣어 만든 만두가 대기업에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경찰과 식약청에 따르면 식약청 중앙단속반이 폐기용 단무지를 넣어 만두를 생산한 만두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된 만두가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대기업에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청 중앙기동단속반의 전현수 반장은 "어제 천일식품의 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천일식품은 만두업계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를 330t 1억7천200만원어치를 납품받아 만두를 만든 뒤 대기업으로 납품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식약청은 천일식품이 어느 대기업에 납품했는지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밝히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취재 결과, 납품받은 기업은 CJ인 것으로 확인됐다.

CJ 관계자는 "99년 8월부터 12월까지 천일식품으로부터 단무지를 넣은 만두를 자회사인 ㈜모닝웰이 납품받아 CJ 브랜드로 판매했다"며 "2000년 자체 조사결과 단무지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후에는 단무지를 넣지 않은 만두를 납품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2002년 5월에도 납품받은 만두속 단무지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납품업체에 단무지 공급선을 바꾸도록 요청해 납품업체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CJ는 현재 단무지를 넣지 않은 만두만을 판매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CJ가 보인 '발뺌' 행태는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CJ는 쓰레기 만두 사건이 발표된 6일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나 인터넷 홍보를 통해 자사와 천일식품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명만을 계속했다.

CJ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천일식품 등으로부터 납품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제품에 단무지를 넣지 않고 있으며 단무지를 넣은 물만두 등은 다른 만두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CJ는 이날 대기업 납품과 관련된 연합뉴스의 기사가 나간 이후 홈페이지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지글을 삭제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서 식품업체들이 보여준 변명과 거짓말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에 다름아니다"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예방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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