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6자회담 필요 … 북 직접 접촉도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힐러리 클린턴(사진)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대북한 정책에 대해 기존 6자회담의 틀을 강조하면서도 막후에선 북·미 양자 회담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장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한 힐러리는 북한 관련 질문에 대해 “6자회담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6자회담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참가국들 사이에 이 지역 다른 문제들을 논의하는 데도 매우 유용했다”고 말해 6자회담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6자회담 안에서 (북·미 간) 양자 접촉도 진행돼 왔다”며 “우리는 (두 가지 형태 중)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는 또 이날 중국·중동 정책의 기본 방향도 밝혔다.

◆북핵 정책=힐러리의 발언은 6자회담에 대해 다자 접촉과 양자 접촉의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의 6자회담에서도 북·미 간 별도 접촉이 있었지만 참가 5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한국)이 공동으로 북한을 압박하거나 설득하는 형태가 기본 흐름이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대외관계의 기본원칙으로 “직접적이고 강력한” 외교를 천명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서도 북·미 간 양자 접촉을 통한 담판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왔다. 힐러리의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6자회담 과정에선 북·미 접촉이 과거에 비해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참가국들과 얼마나 충실하게 사전 조율한 뒤 대북 접촉에 나설 것인지가 6자회담의 진전 형태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6자회담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에 대처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한다고 주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6자회담은 앞으로 북핵 확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포괄적 대화”=힐러리는 이날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힐러리는 한 백악관 출입기자가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비판 발언 등을 언급하며 “대중국 외교가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이냐”고 묻자 “우리는 중국과 포괄적인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간 전략 대화가 경제 대화로 변해 버렸다”며 “경제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게 유일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정책=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선 오바마가 아랍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란인들에게 분명히 국제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또 “이르면 다음 주 초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등과 논의하는 모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에 맞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기존 미국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