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닷새 만에 네 번째 부인 화재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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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여대생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피의자 강모(38)씨의 네 번째 부인과 장모가 숨진 화재가 보험금을 노린 방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강씨는 동거 중이던 부인과 혼인 신고를 한 지 5일 만인 2005년 10월 30일 안산시 본오동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 화재가 발생해 4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 화재로 안방에 있던 부인(당시 29세)과 장모(당시 60세)가 숨졌으나 작은 방에 있던 강씨와 아들(당시 12세)은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 화재는 가재도구와 집 내부 18평을 태워 700여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낸 뒤 15분 만에 꺼졌다. 수사 결과 화재 발생 1∼2주 전에 2개, 그보다 1~2년 전에 2개 등 모두 4개의 보험이 부인 명의로 가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했던 안산소방서 관계자는 “강씨가 ‘작은 방에서 자다가 알루미늄 새시 방범창을 발로 차 이탈시킨 뒤 아들과 함께 탈출했다’고 했는데 반지하 건물 특성상 작은 방 창문과 안방 창문이 붙어 있는데 장모와 부인을 왜 구하려 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방화에 가능성을 두고 6개월 동안 내사를 벌였으나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종결했다. 강씨는 “아들을 구한 뒤 정신을 잃어 장모와 부인을 구하지 못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경기서남부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강씨 형제의 농장(수원시 당수동)에 있던 강씨 트럭에서 여자 것으로 추정되는 모발 3점과 금반지·식칼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1989년 충남 H농고를 졸업하고 이듬해 안산에 정착했다. 92년 안산에서 첫 번째 부인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15, 13세)을 낳았다. 98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2000년대 초 두 차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그는 2003년 네 번째 부인을 만나 동거하다 2005년에 뒤늦게 혼인신고를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맞선을 본 당일 상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가 합의해서 풀려나기도 했다. 첫 번째 부인은 2003년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평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술과 담배를 안 하지만 성적 탐욕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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