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앞에 고개숙인 런던 명물 로열 오페라 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런던 코벤트가든의 명물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재개발'공사로 7월부터 2년반 동안 문을 닫는다.지난 5월30일부터 7월10일까지 계속되고 있는'베르디 페스티벌'의'시몬 보카네그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랜 휴관에 돌입한다.이번 공사는 재개발이라기보다 사실상 신축공사나 다름없다.공사비등으로 2억1천4백만파운드(약 3천1백억원)가 투입된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7월14일 로열오페라와 로열 발레 합동으로 휴관기념 대규모 갈라 쇼를 준비중인데,게오르그 솔티.콜린 데이비스등 거장(巨匠)들이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 재개발은 서민층이 오페라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페라 대중화와 21세기 최첨단 시설로 세계 정상급의 수준높은 공연예술을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858년 개관한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세계 정상급 수준을 자랑하는 로열 오페라와 로열 발레단의 본거지일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풍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웅장한 건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1백40년이 지난 지금 건물 자체가 낡았을 뿐만 아니라 공간이 협소하고 냉방시설 미비등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또 조명.음향등 각종 무대시설이 낙후돼 있어 새로운 연출기법을 시도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미 70년대부터 시설 보수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재원조달이 어려워 번번이 좌절돼오다 95년 영국에 복권판매가 허용되면서 여기서 생기는 수익금을 지원받게 돼 활로가 틔게 됐다.내셔널 로터리에서 공사비의 37%인 8천8백50만파운드를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부금.상가분양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현재 전체비용의 81%가 확보돼 있으며, 다음달 말까지 95%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존 페어클래프 개발 프로젝트 담당이사는 새 로열 오페라 하우스가 아티스트나 관객 모두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재개발 기간중 오페라.발레단의 공연장소와 직원들에 대한 처우문제다.오페라.발레공연은 런던시내의 적당한 장소를 대관하고 해외공연으로 메울 계획이다.97~98시즌은 주로 바비칸 홀과 로열 앨버트홀에서,98~99시즌은 로열 페스티벌홀과 새로 단장한 새들러스 웰스극장에서 공연할 예정.그러나 현재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근무중인 8백명 직원중 적어도 3백명은 일자리를 잃을 전망이다.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돼 지난달엔 파업 움직임까지 있었다.

최근 극장장 경질을 둘러싸고 일어난 잡음도 큰 골칫거리다.지난해말 취임한 제니스타 매킨토시가 반년도 안돼 사임하고 매리 앨런이 신임 극장장으로 기용된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매킨토시는 내셔널 로터리로부터 받게 될 건설비용 책정과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했다가 수뇌부로부터 질책받아 경질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 새로 출범한 노동당 내각은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연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문턱을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로열 오페라 하우스측은 전체 예산의 38%에 불과한 현재의 정부지원을 프랑스.독일 수준인 90%수준까지 높이지 않는한 입장료로 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사진설명>

런던 중심부 코벤트가든의 명물 로열 오페라하우스.2년반후 완공예정으로

다음달부터 신축공사에 들어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