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賞받은 지하철표 재활용 화장지 정부 구매외면 폐업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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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통령상(賞)을 받으면 뭘합니까.정부가 자원재활용을 권장하면서도 정작 재활용품 구매는 외면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입니다.” 쓰레기로 버려져 수십년간 썩지 않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지하철표와 우유팩으로 재생화장지를 개발한 부림제지 윤명식(尹明植.57.사진)사장은 환경보전에 앞장서야 할 정부조차'재생용품을 의무구매해야 한다'는 국무총리 훈령을 외면하는 현실에 한숨부터 짓는다.

尹사장이 개발한 재생화장지는 지하철표와 우유팩을 반씩 섞어 만든 제품.국내 최초로 재활용 화장지 부문'환경마크''그린Q마크'를 획득,품질인정을 받은데다 값도 조달청 납품제품보다 10~15% 싸다.

尹사장은 85년6월 국내 처음으로 우유팩을 재활용한 화장지를 개발,93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94년에는 전철표의 마그네틱테이프 제거기술을 개발,이를 화장지로 재생시켜 MBC 주관 '좋은 한국인상'대상을 받기도 했다.각종 환경단체로부터 찬사가 쏟아졌고 감사패도 잇따라 수상했다.

자신감을 얻은 尹사장은 재생화장지를 들고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등을 찾았다.그러나 누구도 선뜻 이 제품을 사려하지 않았다.몸이 단 尹사장은 환경부.서울시.조달청등 정부 당국을 수십차례 찾아다니며 구매협조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환경부에서 조달청.서울시등에 이 화장지의 우선구매 협조요청도 했지만 서울시등은“조달청 등록이 안됐다”는등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우며 구매를 않았던 것.지난 3월 조달청에 품목등록을 했지만 중앙보급창은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지청으로 가 계약을 하라고 하고 강원도 지청은 중앙보급창으로 가라고 미루는 바람에 판로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

94년 당시 이원종(李元鐘)서울시장으로부터 지하철표 재생화장지를 쓰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아내기도 했지만 성수대교 사건으로 시장이 바뀌면서'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이 구두약속을 믿고 폐(廢)지하철표를 2년간 수거하기로 지하철공사와 계약했지만 납품이 안돼 4백의 폐지하철표가 공장에 쌓여 있다는 것. 부림제지는 현재 강원도 조달지청에 월 3만개(6백만원),강원도 새마을운동본부에 월 15만개등 전체 생산량의 20%를 판매하는데 그쳐 생산라인 2개중 1개가 멈춰선 상태. 尹사장은“정부에서 재활용품 업체를 도와줄 것으로 믿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며“공장을 국가나 복지재단에 헌납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조달청 보급과 이기영(李基英)서기관은“부림제지 제품은 품질시험을 통과해 품질엔 이상이 없다”며“폐품 발생지인 서울시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시 총무과의 이양재(李良載)씨는“1년전 여론조사 결과 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높아 구매를 미뤘다”며“현재 품질이 개선돼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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