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정보 유출 심각 - 식당.약국서 카드쓰면 자동으로 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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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미국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에 의해 마구잡이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범죄자들에게 넘어가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난데없이 모르는 전화나 편지를 받는 일이 잦다.전화를 건 사람은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며 친숙하게 다가온다.편지에도 예외없이 수취인이 정확히 적혀 있다.

이같은 주소.이름등의 개인정보는 갖가지 방법으로 모아진다.

레코드 가게.백화점.음식점에서 신용카드로 요금을 지불하면 좋아하는 음악.음식.상품목록이 신용정보와 함께 수집된다.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면 주소.전화번호.이름.주민등록번호 같은 사회보장번호를 적어내야 한다.알레르기가 걱정돼 꽃가루 예보를 알려주는 곳으로 전화를 걸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낸다.무인 카메라에 신호위반이 적발돼 벌금고지서를 받으면 컴퓨터로 이를 검색해낸 보험회사가 자동적으로 보험료를 올린다.

이처럼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교묘한 방법으로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사안은 이를 죄수등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미국에서는 28개주가 개인의 자동차나 세금관련 정보를 죄수들이 다루도록 하고 있다.5개주 감옥에서는 민간 개인정보 회사와 용역계약을 하고 있다.최근 한 여성이 현재 수감중인 상습강간범으로부터“당신이 좋아하는 비누로…”라는 협박성 편지를 받은 것도 이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주 워싱턴에서 청문회를 열고 있다.개인정보 유출 규제를 의회에 건의하기 위해서다.

한편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11일 넷스케이프사가 인터넷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임의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소프트웨어,이른바 오픈 프로파일링 스탠더드(OPS)를 함께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OPS는 웹 사이트들이 습득.유출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일일이 사용자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이처럼 보기드문 협력에 이른 배경은 뻔하다.이대로 방치하다간 연방정부의 규제를 불러들이거나 개인정보 유출을 겁내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 인터넷의 상업화를 더욱 위축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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