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해외방문 발표 - 여론의식 '외유아닌 外交'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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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미국.멕시코 방문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찜찜해 했다.'한가한 외유'라는 야당의 비난은 무시한다해도 국민 대부분의 시선이 따가운게 걸려서다.

청와대는 지난해까지 金대통령의 외국 방문을'문민 세일즈 외교'라고 포장하면서 기세있게 추진했다.그런데 한보.김현철(金賢哲)씨 사건이후 金대통령의 인기추락으로 눈치를 보는 것이다.

6공(共)말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의 출국때 김영삼대표의 민주계는“쓸데없이 돈쓴다”고 흠집을 냈다.자기들이 정권 잡으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별수없이 5년전 상황의 재판(再版)이 됐다.다수 국민은 金대통령이 꼭 외유해야할 필요성이 있느냐고 반문한다.한 실무 관계자는“내정을 못하니 외치의 추진력도 형편없이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런것들이 걸리지만“金대통령이 국내에만 있을 수는 없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뉴욕의 유엔환경특별총회는 92년 '리우(브라질)환경 정상회의'이후 지구환경 보전실적을 평가,추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60개국 정상,특히 G-7 선진국 정상 전원이 참석하는데 金대통령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서울에서'세계환경의 날'선언문을 채택한 마당에 그런 회의에 소홀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거기서 전개될 정상외교 무대에 서자는게 청와대 구상이다.일본.이탈리아.프랑스.헝가리 정상들과 만날 약속을 해놨다.

金대통령이 외유를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회담도 곡절끝에 26일께로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본격 회담이라기보다 클린턴과의 친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회동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으로 중남미 경제의 중심국가다.멕시코와의 교역량은 지난해 16억달러로 우리가 7억8천만달러의 흑자다.지난해 11월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의 방한(訪韓)에 대한 답방(答訪)성격도 있다.

정치권에는 신한국당 경선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金대통령의 출국을 중립자세와 연관짓는 미묘한 시각도 있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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