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교류 튼 캄보디아 불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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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호텔에 묵다보면 아침에 호텔 입구에서 겨자색 가사를 걸친 승려를 자주 접하게 된다.소승불교 국가답게'자기 깨달음'의 한 방편인 탁발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광경이다.

캄보디아는 언젠가부터 2천년 가까운 찬란한 불교전통보다'킬링필드'로 더 유명한 나라가 돼버렸다.그래서 캄보디아 불교계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지우고 불교전통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캄보디아 불교계 지도자이자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왕사(王師)인 티퐁(73)스님은 지난 6일 처음으로 한국 조계종의 혜창(慧昌)스님(총무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학승 교환등 양국의 불교계 교류증진에 적극적 의사를 표시했다.그는 이 자리에서“소승이든,대승이든 불교는 하나”라며“한국 스님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불교관계가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1천만 국민중 95%정도가 불교도인 캄보디아에서는 모든 인간활동이 불교의 지배를 받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어떤 행사든 스님이 빠지면 행사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다.그런만큼 한국과 캄보디아간의 불교계 교류는 문화.경제교류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캄보디아에서 불교는 AD2세기에 전파된 이후 딱 한번 76년부터 79년까지 폴 포트가 집권하던 시기에 암흑기를 맞는다.최고 3백만명으로 추산되는 희생자중에는 승려들도 2만여명이나 됐다.폴 포트 집권 전에 2만5천명이던 승려가 2천명으로 급감했다.티퐁스님도 이 와중에서 두차례나 승복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지금은 불교부흥운동에 힘입어 사원 수가 3천4백개,승려 수가 4만여명으로 폴 포트정권 전보다 더 늘어났다.캄보디아불교의 특징은 힌두교의 전통이 강하게 배어있다는 점이다.사찰양식은 물론 무릎과 팔꿈치를 땅에 대는 우리와는 달리 무릎만 꿇는 기도양식도 힌두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때 캄보디아 남자들은 모두가 사찰에서 일정기간 수행을 거쳤다.시아누크 국왕도 예외가 아니었다.그러나 지금은 남자 아이들을 사찰로 보내는 가정이 줄어든 대신 여자들의 출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캄보디아인들은 열여섯번의 윤회를 거쳐 고통이 없는 극락 세계로 들어간다고 믿는다. 프놈펜=정명진 기자

<사진설명>

캄보디아의 사찰내부.불상 앞에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이곳은 이웃끼리 만나는'사교'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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